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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100억 이상 미납추징금 총액만 27조…전두환 966억 미납 [저조한 추징금 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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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집행 추징금 대부분 억대 이상 고액 사건들

100억 이상 사건들 전체 추징금 27조 차지

전두환, 판결 확정 24년 지나도록 절반 집행

“즉각적 범죄수익 환수에 현실적 어려움” 토로

대우 추징금도 요인…빼고 계산해도 집행률 낮아

추징, 부패 범죄에 크게 작용…“집행률 높여야”

제도 보완 차원서 ‘독립몰수제’ 도입 검토 의견도

헤럴드경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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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해마다 추징금 집행이 전체 금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관련 제도를 비롯한 집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범죄 자체에 대한 유죄 판결과 별도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추징금 전체금액 30조7539억원 가운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집행한 금액은 613억원으로 0.2% 수준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도별 추징금 집행 현황을 살펴봐도 집행률이 0점대 소수점 단위에서 오르고 내릴 뿐 1% 언저리에 도달한 적도 없었다. 2011년의 경우 25조4909억원의 전체 추징금 중 실제 집행 금액은 921억원으로 0.36%를 나타냈다. 이후 2012년 0.57%, 2013년 0.43%, 2014년 0.37%, 2015년 0.38%, 2016년 0.32%, 2017년 0.42%, 2018년 0.41%, 2019년 0.66%, 2020년 0.41%를 기록했다. 10년간 집행률이 0.5%를 넘은 해도 2012년과 2019년뿐이다. 10년 동안 국가가 추징해야 하는 전체 금액은 5조2600억원이 넘게 늘었는데, 그동안 국가가 집행한 추징금은 1조2129억원에 불과했다. 새로 쌓인 추징금의 5분의1 집행에 그친 셈이다.

미집행 추징금 사안들은 대체로 억대가 넘는 고액 사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7월 기준 1억원 이상 미납 추징 건수는 4700건이 넘는다.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미납 건수는 총 4023건으로, 이 구간의 미납금액은 1조1714억원에 달한다.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미납 건수는 633건이고, 미납금액은 1조4832억원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 미납 사건도 55건이나 되는데 27조5504억원이 아직 국고로 들어오지 않았다. 100억원 이상 미납된 사건이 전체 추징금의 90% 가량 차지하는 셈이다.

고액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반란수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씨는 1997년 대법원 판결로 무기징역과 함께 220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금이 확정됐다. 전씨 재산의 추징을 위해 2013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범인 외의 제3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제3자를 상대로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공무원범죄몰수법에 신설한 것이다. 하지만 전씨의 판결이 확정된 후 24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절반 가까이 아직 환수되지 못한 상태다. 966억원 정도가 미납으로 남아 있다.

최근에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추징금 미납 사실도 알려졌다.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됐던 한 전 총리는 8억8300만원의 추징금을 함께 선고받았다. 그런데 이중 7억1000만원이 납부되지 않았다. 대검은 지난 6월 기타채권을 압류했고, 추징금 시효가 오는 2024년 5월까지 연장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징금 환수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에선 집행률이 낮은 원인으로 범죄 현장에서 즉각적인 몰수·추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범죄수익을 실제로 거둬들이기 어려운 점을 꼽는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검사는 “대상자에게 재산이 남아 있지 않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밀수금괴처럼 범죄행위에 제공된 물건은 현장에서 압수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추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납부의무자가 재산이 없거나 은닉한 경우 달리 집행할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벌금의 경우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추징금의 경우엔 납부하지 않아도 직접 압박할 수 있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현재 통계 중 상당 부분이 과거 대우그룹 분식회계 관련 미납 추징금이란 점도 하나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건과 관련해 확정된 추징금은 23조358억원인데, 현재 22조9465억원이 미납으로 남아 있다. 혼자 18조원 가깝게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김우중 전 회장은 2019년 숨을 거뒀고, 다른 임원들과의 공동추징금은 시효연장을 통해 이월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한다 해도 실제 추징금 집행률이 낮다는 것은 검찰 내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대우 사건 관련 추징금을 빼고 금액 대비 집행률을 계산해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중 집행 금액이 가장 많았던 2019년을 기준으로, 추징금 전체금액에서 대우 관련 미제 추징금을 뺀 뒤 계산한 집행률은 3.6%다. 대검은 또 “조세포탈 및 관세포탈 등과 같이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 징벌적 추징(범행으로 인한 이득이 없음에도 부과하는) 사건이 고액 추징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집행률이 낮은 원인으로 분석했다.

검찰 내부는 물론이고, 법조계에선 집행률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형법상 추징은 원칙적으로 다른 형벌과 부가해서 이뤄지는데다 징역 및 벌금보다 후순위지만, 정의의 관점에서 실질적 제재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추징의 특성상 부패범죄자에게 더욱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부패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차장검사는 “기본적으로 수사도 당연히 잘해야겠지만 판결 확정 후 집행문제에도 검찰이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징금은 차명 재산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제도 보완과 함께 추징금 집행 인력 확충과 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보완 차원에선 ‘독립몰수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유죄 판결과 함께 추징을 선고할 것이 아니라, 아예 별도의 절차로 범죄수익 환수절차를 도입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한 경우에도 소송절차를 통해 범죄수익이라고 판단 받으면 몰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기소 전후를 불문하고 추징 대상자의 재산을 파악해 신속한 보전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집행 수단을 활용해 추징금 집행실적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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