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박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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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동수단에 들어가는 배터리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요. 납축전지는 안전하지만 환경오염이 심한 데다 무겁고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온도가 내려가면 성능이 크게 떨어진답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한 배터리가 있다고 보고요. 기존 배터리 시장과 새로운 배터리들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배터리 기술이 전기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이슈라는 생각에 시작된 스타트업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테슬라 애플 바이튼 현대차 등에서 일했던 방성용 대표(47·사진)와 삼성전자 출신 정병훈 COO가 2017년 공동 창업한 회사 '그리너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서서히 자동차산업이 변화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찍 목격했으나, 지금의 배터리 기술로는 내연기관이 해내고 있는 다양한 작업들을 수행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를 들면 강력한 출력이 필요한 중장비라든지, 여름을 제외하면 1년의 절반 이상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지역에서는 기존 배터리가 내연기관을 이길 수 없다는 문제점들이 있다.
이 때문에 그리너지는 2017년 설립 이후 수년간 리튬티타늄화합물(LTO)을 이용한 2차전지를 개발했다. 현재 LTO 배터리 관련 특허 5건을 등록하고 6건을 출원한 상태다. 방성용 그리너지 공동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기자와 만나 "LTO 배터리는 납이 없어 친환경적인 데다 -30도에서도 작동이 된다"면서 "게다가 같은 부피에도 기존 배터리들에 비해 출력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이동수단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이용 사례는 저온에서 이동해야 하는 이동수단들의 배터리다. 내연기관 대신 에너지를 저장·생성해 이동시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온도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이 리튬이온 배터리는 10~50도에서 정상 작동하고, 그보다 온도가 높거나 낮으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추운 지방에서 이동하는 자동차, 트럭, 중장비, 철도, 요트 등과 같은 이동수단들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에너지원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벗어나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반면 LTO 배터리는 온도에 강하기 때문에 -30도에서도 충전할 수 있다. 방 대표는 "국방 벤처 사업을 통해 한 군부대와 배터리 실사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한기에도 그리너지의 LTO 배터리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스마트 표지판에 들어갈 제품도 만들고 있다. 스마트 표지판 밑에 있는 배터리는 혹한기가 되면 얼어붙어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매연 문제 등으로 전동화가 시급한 버스, 선박, 기차, 중장비 등과 같은 중대형 이동수단도 그리너지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런 이동수단들의 경우 배터리를 압축시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짧은 시간에 거대한 에너지를 출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 대표는 "그리너지의 배터리는 이러한 특수산업에 더욱 적합한 성능을 갖고 있다"며 "전기로 운행되는 기차에도 LTO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TO 배터리가 기존 차량에서 시동용으로 쓰이는 납축전지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납축전지는 매우 안전하기 때문에 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제품. 심지어는 테슬라 등과 같은 전기차에도 납축전지가 들어가 시동용으로 쓰인다. 그러나 납축전지의 재활용은 저개발국가에서 원시적 방법으로 원료들을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지역 환경오염 문제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까지 유발한다. 방 대표는 바로 이 납축전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여러 엔젤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창업하게 됐다.
물론 LTO 배터리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 대표는 "LTO 배터리는 동일 부피 대비 용량이 일반 리튬전지에 비해 10~15% 적다"면서도 "그러나 적은 용량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것 같은)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향후 리튬이온 배터리와 LTO 배터리가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 대표는 "전 세계 전지 시장 규모는 1조달러에 육박한다"면서도 "전지 시장의 절반은 리튬이온이, 그리고 나머지는 납축전지가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TO 배터리는 -30도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데다 리튬이온 대비 10배 이상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기자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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