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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이선균·박준형 찾던 대학로 맛집도 "무너지기 직전…이젠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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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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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 '브런치 카페'로 SNS 상에서 '감성카페' '가성비갑' 등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날 오전 11시 기준 카페에는 손님이 한명도 없었다. /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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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가게 빈 것 보셨잖아요. 최근 3주 사이 문 닫은 가게가 많아요. 저도 '꼴딱' 숨 넘어가기 직전이고요. 문 닫는 가게가 남의 일 같지 않아요"

23일 낮 12시쯤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이 같이 털어놨다. 대학로에서 카페를 운영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 세월을 증명하듯 카페 한쪽 벽에는 박준형, 이선균 등 배우들의 사인도 걸려있었다. 메뉴도 꾸준히 개발한 덕에 대학로 '맛집'으로 통한다. 카페의 SNS 계정을 들어가니 '#가성비갑' '#감성카페' 등 해시태그가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COVID-19)가 퍼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강화된 후 손님들 발길이 끊겼다. 원래 밤 11시까지 영업을 했다. 하지만 방역지침 상 영업시간이 10시로 제한되자, 인근에서 8시 공연을 보고 나온 손님들을 받을 수 없었다. 이날부턴 영업을 한 시간 더 일찍 마쳐야 한다. 방역 당국이 영업제한 시간을 밤 9시로 단축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까지 '버텨야지, 힘내야지' 했는데 이제는 화가 난다. 밤 9시 영업 제한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9시에 문 닫는데 불편해서 손님들이 오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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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된 2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1.8.2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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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부터 다음 달 5일까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2주 연장하기로 했다. 방역조치가 일부 조정됐는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는 영업제한 시간이 밤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당겨졌다.

자영업자들은 힘겨운 기색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대학로 곳곳에는 폐점해 '임대'라 적힌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5년째 동남아 음식점을 운영한 김모씨(50)는 손끝으로 길 건너에 빈 건물을 가리키더니 "편의점이 있던 곳이다. 지난주에 폐점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한 시간 일찍 손님을 내보낼 생각에 걱정이었다. 호프집을 13년 운영한 60대 이모씨는 "올 초에 밤 10시가 넘었는데 손님이 가지 않아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 10시가 다가오면, 마음이 콩닥콩닥했는데, 영업제한이 밤 9시로 당겨지니 더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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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된 2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커피전문점에 영업시간 변경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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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9시 영업제한' 때문에 손님들이 약속 자체를 단념하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이씨는 "밤 9시에 영업을 마무리하면 손님들 마음도 아무래도 조급하지 않겠나"라며 "6시쯤 퇴근한 후 모일 시간이 3시간 남짓할텐데, 아예 모임을 갖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자영업자들의 우려대로 시민들은 실제 약속을 단념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씨(29)는 "운영 시간이 밤 10시일 때도 약속 잡기 어려웠는데, 9시로 한 시간 당겨지니 아예 누구 만날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

밤 9시 영업제한에는 부정적인 반응이 두드러진다. 김씨는 "밤 10시와 9시 사이 큰 차이가 있나"라며 "영업시간 단축에 어떤 근거가 있나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인 배모씨(28)도 "좀 더 통제할 필요성은 알겠다"면서도 "대뜸 단축한 것 아닌가. 정확한 맥락을 모르는 시민 입장에선 아리송하다"고 지적했다.


택시기사도 "죽을 맛"...대리기사는 "매출, 반의 반토막"

식당과 카페 운영시간이 밤 9시 제한되자 택시와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만난 택시기사들은 "가장 힘든 건 아무래도 자영업자들"이라면서도 "저희도 사실 힘들다"고 털어놨다. 30여년 개인택시를 몰았다는 이모씨(60대)는 "손님은 적은데 기름값 등 고정비용은 계속 들어가니 죽을 맛"이라며 "식당과 카페가 밤 9시에 문을 닫는다면 손님도 덩달아 줄 텐데 걱정된다"고 했다.

3년째 택시를 모는 박모씨(50대)도 "예전에도 밤 10시가 넘어가면 손님이 확 줄었다. 이제 그 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지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대리운전은 고사 직전이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에서 "생계 위기에 내몰린 대리운전 기사들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대리기사 이창재(54) 씨는 "예전엔 대리 요청이 하루 평균 6~7건 들어왔는데, 지금은 하루 1~2건에 불과하다"며 "동료 기사들끼리는 '매출이 반의 반 토막 났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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