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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미국의 실패' 강조하는 중국…아프간 미중공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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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反테러 일치하나 전략적 경쟁 불가피…탈레반 인정 여부부터 이견

연합뉴스

아프간 사태 급박 전개
(서울=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라그만 지방의 탈레반 대원들. 2021.8.15 [AFP=연합뉴스] photo@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의 철수와 탈레반의 권좌 복귀가 교차하는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련, 중국은 미국 대외정책의 실패를 강조하는 동시에 현지 안정을 위한 공조 필요성을 거론하는 양면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6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실패를 지적하고 비판하는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왕 부장은 "역사와 문화, 국민정서가 완전히 다른 나라에 외래 모델을 억지로 적용하려 하면 결국 발붙이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재차 증명됐다"며 "한 정권은 인민의 지지 없이는 설 수 없으며, 힘과 군사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문제만 더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왕 부장은 "미군이 급히 아프간에서 철군한 것은 이미 아프간 정세에 심각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면 더더욱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작금의 아프간 사태를 문화, 민족, 종교 등이 다른 문명권에 미국식 민주주의 정권을 세우려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 것이다.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공세의 초점으로 삼는 미국에 반박하고, 탈냉전 후 통용되어온 '미국 표준'을 거부하는데 아프간 사례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중국은 아프간 현지 상황이 불안해짐으로써 테러세력 등이 발호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공조할 필요는 인식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지역 독립 지원 세력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이 수니파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탈레반을 등에 업고 세를 확산하는 상황은 악몽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지 정세 불안이 위험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목으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과 전쟁을 시작했던 미국은 탈레반의 권토중래를 지켜봐야 하는 참담한 상황인데, 아프간이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되는 상황은 극력 피하길 원한다.

미중 외교장관의 통화에서도 아프간의 불안정을 피해야 한다는데 있어서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한 연착륙을 추진하고, 새로운 내전이나 인도주의적 재난, 테러리즘 기지화 등을 막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에 반대하며 중국 서부 접경지에서의 혼란 상황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세계적 범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이 탈레반 문제에서 '사심없이' 공조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탈레반과의 관계를 발판으로 현지 재건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려 하는 중국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프간 관련 셈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라는 글로벌 과제에 양측이 공감하면서도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제대로 협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프간에서도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아프간과 관련한 미중의 이견은 당장 탈레반 정권에 대한 인정 문제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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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2인자와 회담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톈진 AFP/신화=연합뉴스)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8일(현지시간) 톈진에서 자국을 방문한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왼쪽)와 면담하고 있다. 왕이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 아프간 국민들이 자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킬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sungok@yna.co.kr


중국은 아프간 사태와 관련,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16일 브리핑을 통해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말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정식으로 회담하며 중국과 탈레반 정권 간 관계 수립에 밑돌을 깔아 둔 상황에서 신속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데 유보적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그 정부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새로 구성될 탈레반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권 입장에서 과격주의 뿐 아니라 여성 권익 억압 경향을 보였던 탈레반이 인권 문제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을 정권 인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또 아프간 정부가 미국에 가진 자산을 탈레반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미국 당국자의 발언도 언론에 보도됐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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