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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워치] 체면 구긴 미국…바이든 "아프간전 종료 후회 없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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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워치] 체면 구긴 미국…바이든 "아프간전 종료 후회 없어" 外

<출연 : 김지수 연합뉴스 융합뉴스부 기자>

[앵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무서운 기세로 다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미국의 철군 결정이 역풍에 직면한 양상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군 철수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보도국 김지수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후폭풍이 거셉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어떤 메시지를 내놨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아프간 정부도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며,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 머물며 싸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과 그로 인한 대혼란에 책임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군 철수를 둘러싼 논란에 정면 돌파를 선언한 모습입니다. 아프간 전쟁은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테러 조직 알카에다를 소탕하겠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시작한 전쟁으로, 올해 만 20년을 맞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보다 빨랐던 탈레반의 아프간 함락과 관련해서는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과 아프간 군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탈레반을 향해서는 미국의 아프간 철수 작전을 방해하면 무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자체와 관련해 미국 국익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부합한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앵커]

탈레반은 미군 철수로 인해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됐습니다. 과거 강경 이미지를 벗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한데요.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현재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탈레반은 카다르 도하에서 새로운 정부 구성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나섰습니다. 그는 새 정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아프간 내 정치 세력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라다르는 지난해 9월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평화 협상에서 탈레반 대표단을 이끌어왔습니다.

외신들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의한 공포정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일제히 전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카불에서 탈레반 조직원들이 경찰차를 탈취해 순찰하는 가운데 거리에 여성이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탈레반 조직원들이 정부가 관리하는 집과 사무실, 언론사를 수색하면서 공포와 두려움이 퍼졌다고 전했습니다.

탈레반은 가택 침입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을 받거나 아프간 정부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자신의 이력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없애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탈레반은 여성이 교육받고 사회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은 여성들이 부르카로 전신을 가리지 않았다거나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 조직원에게 폭행당할까 두려워 집에 머문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부르카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여성들 다수가 현재 부르카가 없어 이를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탈레반이 점령지에서 여성을 조직원과 강제로 결혼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여성들의 두려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간 방송에서는 뉴스와 드라마가 사라지고 광고 없이 종교 프로그램만 방영되고 있습니다.

[앵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아프간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공항으로 몰리면서 충격적인 광경도 펼쳐졌습니다. 비행기 바퀴에 매달려서라도 탈출을 시도했던 이들이 결국 추락해 숨지기도 했어요. 지금도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구호단체들은 카불의 관문인 국제공항이 폐쇄되기 전에 아프간인을 1명이라도 더 구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미 일부 단체들은 전세기를 카불 공항으로 보내 현지 직원 등을 데려오려고 시도해왔습니다. 하지만 40인승 비행기 1대당 16억4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고 공항에서 착륙과 이륙이 잘 이뤄질지도 보장되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몇몇 자산가들도 개인 소유의 전용기를 공항에 보내려고 하고, 알바니아와 같은 일부 국가는 비자가 없어도 아프간인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지원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아프간인들도 현지의 친인척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는 16만6천여 명의 아프간인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아프간인 구출에 힘써달라며 미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에 우리 국민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프간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국대사관 직원 세 명과 교민 한 명은 오늘 오전 9시 카불을 떠났습니다. 이들이 탑승한 항공기는 중동 제3국으로 향했습니다.

[앵커]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가자,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다시 활개 칠 것이란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기자]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 IS를 비롯한 테러 조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카에다는 2011년 5월 미국 해군 특전단이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세력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탈레반의 재집권에 환호하며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알카에다의 군사훈련 캠프에서 2만 명이 테러 기법을 배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방의 군사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알카에다의 아프간 복귀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밀려나 아프간에 자리 잡은 이슬람국가 IS와 연계 조직도 세를 불릴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아프간에서는 그동안 수감돼 있던 탈레반, 알카에다, IS 조직원 5천여 명이 풀려나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빠른 속도로 테러 조직 재편에 합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에서 세계 테러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탈레반 재집권으로 아프간에서 알카에다와 IS 같은 테러 조직의 재건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집권한 탈레반이 알카에다, IS와 같은 테러 조직의 활동을 묵인할지를 두고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탈레반이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길 원하지 않고, 미국과의 오랜 전쟁 교훈을 토대로 이번에는 테러 조직과 선을 그을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반면,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의 말처럼 알카에다가 아프간에서 다시 부상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은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연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간이 정상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지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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