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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머지포인트 지도에 남은 가게들 ‘발동동’… “정산 안내 없고, 계약 해지 연락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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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안내를 못 받았어요. ‘사장님, 머지포인트 받으시면 안 돼요’라고 시민분들이 전화 주셔서 사태를 인지했습니다.” <A업체 사장>

“문제가 있단 걸 모르고 38만원어치나 머지포인트로 받았어요. 정산이 되는 건지 연락을 하고 싶은데 불통입니다.” <B업체 사장>

“2~3달 전에 계약 해지를 했는데 아직도 지도에 남아 있어요. 포인트 쓸 수 있느냐는 문의가 하루에도 10통씩 옵니다.” <C업체 사장>


조선비즈

'대규모 환불 사태'가 빚어진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의 지도에 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 제휴처들의 모습.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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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1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끌어모았던 머지포인트(merge point)가 돌연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를 대폭 축소한 가운데,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 지도에 여전히 ‘제휴처’로 남아있는 소상공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제휴를 중단하고 싶어도 연락 창구가 없는 탓에 제휴처로 남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태 5일 만에 대책회의를 연 금융당국이 소비자 환불 이슈뿐 아니라, 자영업자 보호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조선비즈가 머지포인트 앱에 뜨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일대 제휴처 7곳을 돌아본 결과 5곳은 “이번 사태에 대해 본사나 관계부처로부터 아무런 안내도 받은 것이 없으며, 후속 조치를 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나머지 2곳은 이미 제휴를 끊었는데도 지도에 노출되고 있거나, 가게가 바뀌어서 존재하지 않는 ‘허위 제휴처’였다.

이들 대부분은 시민 제보 전화를 받거나 뉴스를 접하고 최근에야 포인트 결제를 자체적으로 받지 않기 시작했다. A업체 사장은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머지 포인트로 결제를 받으면 안 된다’고 알려줘서 사태를 인지했다”며 “우리 가게가 포인트 결제가 되는 곳으로 소문이 났는지, 문제가 된 당일에도 이벤트가 있어 손님이 몰리는 줄로만 알고 3팀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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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환불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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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업체 사장은 “이미 38만원어치나 머지포인트로 손님을 받았다”며 “정산이 되는 건지, 지연이 되는 건지 안내라도 받고 싶은데 아무 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해 버린 돈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다”고 전했다.

포인트 결제를 중단하긴 했지만,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오는 문의 전화와 ‘결제가 왜 안 되느냐’는 일부 고객의 항의에 피해는 현재 진행형인 상황이다. C업체 사장은 “2~3달 전에 계약을 해지했는데 아직 지도에 뜨는지 머지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하루에도 10통씩은 온다”고 말했다.

점주용 연락 창구가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닌 탓에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한 점주는 “소비자들과 똑같이 머지포인트 본사 대표 번호로 연락해야 하는데, 종일 기다려도 연락이 안 된다”며 “제휴 계약을 맺었던 직원 개인 연락처로 문의해도 이미 퇴사했다는 답이 와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피해는 유독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집중됐다. 머지포인트 측은 지난 11일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 11일부로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당분간 축소 운영된다”고 공지했다.

2개 이상 업종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으면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음식점업으로만 제휴처를 축소해 일단은 당장의 위법 논란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편의점·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등은 빠지고, 개별 영세 자영업들이 대부분 지도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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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플랫폼 머지포인트 대규모 환불 사태로 손실보상 대비를 해놓은 유통대기업을 제외한 다수 제휴 개인사업자의 상당한 손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오후 환불 절차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를 찾은 한 가입자가 온라인 환불 절차 관련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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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금융당국이 소비자 환불뿐만 아니라 이들 영세 자영업자들의 피해 방지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머지플러스 상황을 점검하는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당초 “머지포인트가 미등록 업체라 개입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비난이 커지자 사태 발생 5일 만에 책임을 지는듯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금감원은 “환불 및 영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나, 제휴 소상공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머지포인트 결제를 받는 점주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최소한 관련 안내라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출시된 온라인 전자결제수단인 머지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20% 할인된 가격에 선결제하고, 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인기몰이를 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받으면서, 돌연 판매를 중단하고 사용처도 10분의 1 규모로 축소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고객의 돈으로 기존 고객의 혜택을 돌려막는 ‘폰지사기’(불법 다단계 금융사기)가 의심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대규모 환불 요청이 불거졌다.

머지포인트 측은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구글 폼’으로 환불 신청을 받아 순차적으로 돈을 돌려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머지포인트는 지난 14일 1차, 15일 2차에 이어 이날 새벽 12시 10분쯤 온라인 환불 신청 대상자들의 3차 환불을 진행했다고 공지했다. 다만 인원이나 환불액 규모를 비롯해 추후 환불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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