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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 아프간 난민에 5억弗 지원… "美, 우릴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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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대로 아프간인 특별이민비자 신청 ‘쇄도’

카불 공항에 대한 美 통제, 언제까지 가능할까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아프간에서 미국의 임무는 국가 건설이 아닌 테러 대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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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아프간에서 탈출한 난민들을 위해 우리 돈 약 58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아직 아프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탈출 희망자까지 지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결국 미군이 앞으로 얼마 동안 아프간 수도 카불의 공항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에 아프간 난민들의 ‘운명’이 달린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962년 제정된 이민 및 난민 지원법에 따라 연방정부가 아프간 사태에 최대 5억달러(약 5886억원)를 긴급 투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돈은 미 연방정부가 직접 집행할 수도 있고 이민 및 난민을 돕는 국제기구나 비정부단체(NGO)에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美 상대로 아프간인 특별이민비자 신청 ‘쇄도’

지원 대상은 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를 포함해 최근 아프간의 상황 급변으로 발생한 긴급 난민과 분쟁 피해자, 그리고 위험에 처해 아프간 밖으로의 이주를 원하는 이들이다. 미국은 최근 탈레반이 급속도로 아프간 전국을 장악해 나가자 아프간 전쟁 당시 통역이나 길 안내 등을 통해 미군을 도운 전력 때문에 탈레반 치하에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아프간 국민들로부터 SIV 신청을 받아왔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을 무너뜨리고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미국에선 아프간 전쟁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더 많은 아프간 국민을 구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전용사 매트 젤러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본인 및 가족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과 함께 일해온 아프간 현지 통역관 등의 안위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그는 “2008년 아프간에 파병된 뒤 현지 통역관 A씨의 헌신적 도움을 받았다”며 “이후 A씨가 SIV를 받아 미국으로 오도록 돕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수천명에 달하는 아프간의 미국 협력자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가운데 아프간이 탈레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참담하다”며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출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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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사자 묘역.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가 내린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하며 “알링턴 국립묘지의 끝도 없이 이어진 아프간 전쟁 전사자 묘비가 대체 몇 줄이나 되느냐”고 말했다. 알링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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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통역사로 일하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 뒤 미 육군에 입대한 사이드 누어 역시 CNN에 “아프간에서 가족을 구출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헛수고”라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시민도 가족을 구출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비(非)시민권자들의 고초는 오죽하겠느냐”며 “아프간 현지 통역관들은 내 가족만큼이나 위험한 상황”이라고 미국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카불 공항에 대한 美 통제, 언제까지 가능할까

문제는 미국 정부에 SIV를 신청한 전체 아프간 국민이 무려 2만여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SIV를 받아 미국으로 이송된 아프간 국민은 2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번에 바이든 정부가 승인한 난민 지원 관련 예산 5억달러로 SIV 신청자를 비롯해 아프간을 떠고자 하는 이들을 전부 구체하기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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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프랑스 군인들이 자국 수송기를 호위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아프간 내 자국민를 안전하게 철수시키기 위해 수송기와 병력을 파견했다. 카불=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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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카불과 세계를 잇는 유일한 관문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과연 언제까지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느냐다. 미군은 탈레반이 카불에 접근하면서 공항을 경비할 병력을 6000명까지 증원했다. 미 국무부·국방부는 “현 시점에서 공항은 미군이 장악하고 있으며,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항공기들의 무사한 이륙과 비행을 위해 운항 통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공항에 몰려들며 엄청난 혼잡이 빚어지는 통에 한동안 공항 운영이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탈레반이 “외국인의 안전한 출국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긴 했으나 이를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일각에선 탈레반이 곧 전열을 재정비하고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을 습격해 자기네 관리 아래에 두려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이 경우 미처 아프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외국인은 ‘인질’과 같은 신세가 되고, 전에 미군을 도운 전력 때문에 ‘매국노’나 ‘반역자’로 몰린 통역사 등 아프간 국민들은 보복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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