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에 그친 문 대통령 광복절 대일·대북 메시지
묘수없는 한일·남북 관계 반영, 현실적 한계 그대로
정상회담급 반전포인트 없으면 빈손으로 임기 마칠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길이 보전하세’라고 인쇄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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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전날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놓은 대일·대북 메시지는 원고지 63매 분량이었던 전체의 20%(12.5매)에 불과했으며 내용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일본을 향해 대화를 통한 협력을 제안하는 한편 북한에 공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안재홍 선생이 패전한 일본에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한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해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관계 개선을 제안했다.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맞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긴 했으나 과거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일’이나 ‘극일’ 관련 메시지를 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북 메시지로는 공존을 기반으로 한 ‘한반도 모델’을 언급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으나 종전선언이나 철도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적인 협력 제안은 없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북한의 참여를 요청한 것 정도가 구체적 현안이다. 지난해에는 남북 생명안전공동체와 평화공동체, 동북아 철동공동체, 보건·의료·삼림협력 등 다양한 과제를 열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소극적인 대일·대북 메시지를 낸 것은 묘수가 없는 한일·남북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기를 9개월 가량 남겨둔 문 대통령의 화해 요청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보란 듯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남북관계는 한때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훈풍이 불다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무력도발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악화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상회담급 정치이벤트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의 임기중 한일·남북관계 개선은 힘들 것이라 본다. 광복절에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 역시 차기정권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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