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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아프간 정부 항복 선언…탈레반, 20년 만에 재집권|아침&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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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아프가니스탄이 결국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에 함락됐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의 공습으로 정권을 넘겨준 지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시내에 탈레반 병사들을 태운 차량이 줄지어 들어섭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뒤 거침없는 기세로 주요 대도시들을 장악했습니다. 수도 카불이 완전히 고립되자 결국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정권을 넘겨주겠다며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탈레반은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고 평화로운 정권 접수를 약속했습니다. 어제(15일) 하루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는 총격전이 이어졌고 미국 대사관과 대통령 궁 근처에서는 두 차례 강한 폭발도 일어났습니다. 이같은 혼란 속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버리면서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달아나기 위해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에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온 난민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키스탄에 등록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는 140만 명이고 미등록 난민들까지 합하면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겨우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인도에 도착한 한 여성은 고국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 세계가 아프가니스탄을 버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우리 친구들이 살해될 것입니다. 그들이(탈레반) 우리를 죽일 거예요. 여성들은 더이상 권리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현지 대사관 직원들의 철수 작업도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불 상공에는 대사관 인력을 태운 헬기들이 계속해서 오가고 있습니다. 대사관 옥상 곳곳에서 검은 연기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이 기밀문서들을 태우면서 발생한 연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병력 5천 명을 카불에 추가 파견해 미국 시민들의 무사 철수를 돕도록 했습니다. 이달 말까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계획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하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 : 전략적 문제입니다. 우리의 전략적 경쟁자들은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5년, 10년, 20년 더 갇혀있기를 원하겠죠. 그것은 국익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중동 지역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연구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Q.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의 미래…어떻게 전망?

A. 지금 국제사회가 굉장히 걱정하고 있는데요. 아마 그걸 의식이라도 한 듯 탈레반은 그 전과는 다르게 여성들이라든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조금 유연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얼마큼 믿어야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예를 들면 여성들이 복장만 제대로 갖춘다면 이슬람 규정에 따라서 복장만 제대로 갖춘다면 취업도 문제 없이 하도록 하겠다는 등 그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일단은 장밋빛 전망은 아니지만 말로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큼 믿을 수 있을지는 사실 자신은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미국 철수시간을 4일 이상 준다고 그러더니 바로 공항도 공격을 했었거든요. 좀 더 살펴봐야 될 것 같습니다마는. 다만 1996년에 집권했던 탈레반과는 달리 당시에는 국제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예를 들면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는데요. 이번 탈레반은 그전과는 달리 좀 세련된 부분들이 있어서 국제사회의 눈치를 어느 정도는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프간 정부군 '무능력'…미국의 지원, 왜 실패했나?

A. 똑같은 상황을 한번 이라크에서 보겠는데요. 이라크에서 미국이 11년 동안 이라크 군을 훈련시켰거든요. 그런데 단 3일 만에 IS에게 패배했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게 무려 102조 정도 되는 880억 달러를 투입해서 30만 군대를 훈련시켰지만 일주일 만에 끝났습니다. 왜 그러냐면 둘 다 부패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정복은 했지만 정복은 하고 차지는 했지만 민심을 잡는 데 실패했고요. 그다음에 그 미군이 세웠던 정권 사람들이 부패를 했기 때문에 군인들이 결국에는 자포자기한 겁니다. 미국이 철수를 하겠다 하니까 탈레반에게 그냥 다 항복을 해 버렸고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끝까지 싸웠던 이스마엘 칸이라고요. 이스마일 칸, 헤라크의 군벌인데 그 사람마저도 마지막에는 탈레반에게 모든 걸 넘겨두고 이란으로 도피해버렸거든요. 즉 미국이 철수를 하겠다는 것을 듣는 순간 많은 군인들이 그냥 자포자기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제대로 돈을 못 받았어요, 월급을요. 그러다 보니까 탈레반에서 돈을 제시하고 무기를 주면 무기를 너희들이 우리에게 반납하면 돈을 주겠다라는 그런 것으로 회수를 했고 그걸 전부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별저항 없이 쉽게, 쉽게 모든 지역들이 넘어갔습니다.

Q. 바이든 책임론…'사이공의 치욕' 재연 비판도?

A. 굉장히 그런 비판이 많이 나오는데요. 블링컨 국무장관은 베트남과 다르다. 베트남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리가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그와 다르다고 얘기했습니다마는 7월 달에 바이든 대통령이 인터뷰를 할 때 탈레반이 들어오더라도 미국이 훈련시킨 30만 군인이 있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바로 끝났죠. 그러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는 걸 강력히 밀어왔고요. 그러다 보니까 군 고위층에서 2500명 정도의 미군을 주둔시켜서 평화협정을 맺고 나와야 된다는 그러한 의견도 부상을 했거든요. 당분간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방금 한 달 전에 했던 인터뷰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를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대사관을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지역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교민 대부분은 정부가 지난 6월 철수를 요청한 이후 현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현지 대사와 소수의 공관원만 남아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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