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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해방된 지 76년, 귀환하지 못한 열사 이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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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열투쟁 중 상하이서 일경 고문받고 순국…현지 외인묘지 외로이 남아

분단 현실에 귀국길 막혀…끈질긴 요구로 중국 '결심' 끌어내야

연합뉴스

독립운동가 이덕삼 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1919년, 열네 살 소년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갓 태동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내 비밀 연락관 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의 삼엄한 감시를 피해 임시정부의 기밀문서와 독립신문을 국내로 나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 일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18개월의 옥살이를 한 그는 스물한 살이 되던 1926년 상하이로 망명해 한인 무장 조직인 '병인의용대'(丙寅義勇隊)에 가입해 본격적인 의열 투쟁에 나섰다.

상하이 중심가에서 총격전을 벌여 일본 경찰 여럿을 사살하기도 한 그는 1926년 순종의 인산일에 맞춰 거사를 계획하고 동료들과 권총과 폭탄을 갖고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국내에 잠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상하이에서 체포돼 일본 경찰에게서 심한 고문을 받다가 스물한 살의 나이로 순국했다.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이덕삼 지사의 불꽃처럼 강렬했던 생애 이야기다.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의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이 마침내 이뤄지게 됐다는 반가운 뉴스를 보면서 상하이의 외국인 묘지인 만국공묘(萬國公墓)에 외롭게 잠들어 있는 이 지사를 떠올렸다.

대한민국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이 지사는 생전 그토록 그리던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 만국공묘는 한국 독립운동의 산실이던 상하이에서 활동하다가 숨진 여러 독립지사가 묻힌 곳이었다.

한중수교 직후인 199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 신규식, 노백린, 김인전, 안태국 등 저명 독립지사들의 유해가 봉환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이어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을 지낸 김태연(1891∼1921년) 지사의 유해도 국내에서 후손이 발견돼 지난 2019년 봉환되면서 상하이 만국공묘에는 이제 이 지사만 외로이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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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외국인묘지의 이덕삼 지사 묘소
묘비에 적힌 'LI YOUNG SON'(이영선)이라는 이름은 지사가 쓰던 여러 개의 가명 중 하나다. [촬영 차대운]


그의 유해가 여태 봉환되지 못한 데는 다소 복잡한 사정이 있다.

우선 이 지사가 젊은 나이에 순국해 중국 측에 직접 이장을 요구할 직계 후손이 없다.

우리 정부는 계기마다 중국 측에 독립을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이 지사의 유해를 봉환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측은 현재 북한 지역인 평안북도 철산 태생인 이 지사의 가족이 행여나 북한 지역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이 지사 유해를 한국에 봉환하는 것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았지만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이 이 지사의 귀국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측이 스스로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는 임시정부 계열 독립운동가의 유해 봉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우리 측이 계속 집요하게 중국 측의 '결심'을 끌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중국 측도 그간 우리 측이 보인 선의에 호응해 대승적인 결정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우리 측은 그간 인도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가 없이 우리 영토에서 발견된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전사자의 유해를 꾸준히 중국에 송환하고 있다. 이렇게 보낸 중국군 유해는 벌써 500구가 넘는다.

중국은 매번 그들이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참전자 유해 귀국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면서 애국주의 분위기를 고무하곤 한다.

중국 국민들이 이처럼 자신들의 순국선열이 고국에서 영면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던 순국선열의 귀환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내일이면 일본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지 꼭 76주년이 된다. 더욱 많은 사람이 적어도 이때만큼이나마 '돌아오지 못한 영웅'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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