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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 구하려던 호주인 사망 사건, 현지서 재조명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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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여성 구하려던 호주인 사망 사건, 현지서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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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국제 인신매매조직에 붙잡혀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게 된 한국인 여성을 구하려던 20대 현지 남성이 2년8개월 전 목숨을 잃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은 유대계 호주인 에이브러햄 파포(당시 27세)가 2009년 2월 멜버른의 한 아시아 여성 전문 성매매업소 인근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원 첸에게 공격당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경찰은 “파포가 갑자기 업소를 습격해 금품을 훔치려 했다”는 첸의 주장을 받아들여 그를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시드니모닝헤럴드와 호주 ABC방송 등이 사건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심층 취재·보도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포의 가족은 “당시 에이브러햄은 자신과 사귀던 여성이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고 구하기 위해서 업소를 찾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파포와 사귄 여성은 ‘케이티’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한국계 20대로 알려졌다. 파포의 형 데이비드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호주로 온 유학생인 것으로 안다”며 “에이브러햄이 집으로 데리고 와 몇 개월간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진정으로 재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건 당일 파포가 케이티라는 여성과 통화하던 중 누군가 케이티의 전화를 가로채 케이티가 비명을 지르며 울었으며 어떤 남성이 파포에게 “접근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현재까지 경찰이 밝혀낸 사실은 당시 애인의 신변이 걱정됐던 파포가 통화 뒤 곧바로 업소로 달려갔고 이후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아직 정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여성을 구하려는 파포를 성매매 조직에서 살해했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재수사하고 있다”며 “케이티라는 여성의 신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파포의 가족은 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는 데 힘을 기울이면서도 케이티의 생사를 걱정하고 있다. 파포의 어머니 디나는 “케이티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평소엔 단정하고 착한 여성이었다”며 “지금 추측하건대 곤란에 빠졌던 그를 에이브러햄이 돌봐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 사건을 계기로 호주 내 한국인이나 중국인 유학생 등에게 사채를 빌려준 뒤 이를 볼모로 성매매업소로 팔아넘기는 범죄조직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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