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북, 한미훈련에 '김정은 뜻' 내세워 강력반발…통신선 다시 불통(종합)

댓글 2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여정, 훈련 중단 요구 이어 비난 담화…남북·북미관계 돌파구 마련 어려울 듯

연합뉴스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경윤 기자 =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첫날 이를 비난하는 '위임 담화'를 내놓으며 사실상 최고 수준의 불만을 표시한데 이어 최근 복구됐던 남북 통신선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를 내고 "이 기회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중을 담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으며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힌 셈이다.

김 부부장은 2020년 3월 첫 개인 명의 담화를 시작으로 대남·대미 메시지 전달을 도맡으면서 동복 오빠인 '김정은의 입' 노릇을 해왔지만, '위임에 따라' 담화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담았다는 점에서 반발의 무게감이 종전보다 훨씬 크다.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그동안 남발했던 '미국산 앵무새'나 '저능하다'와 같은 거친 조롱을 삼가고 상당히 정제된 표현을 썼는데 최고지도자의 위임에 따른 담화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

한미연합훈련 축소 실시 전망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남북은 지난달 27일 단절됐던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하면서 소통해온 데 따른 결과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1일에는 김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진행되는 군사 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적대적인 전쟁 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무려 413일 만에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걸음을 내디디면서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원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음에도 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이에 배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이후 이날 오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공동연락사무소와 서해지구·동해지구 군 통신선에서 북한과의 개시통화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서해지구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에서도 호출에 응했지만, 오후 들어 북측이 수신을 거부했다.

지난달 27일 재개된 남북 통신연락선이 불과 14일 만에 다시 불통으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연락채널을 통한 정기통화 수신을 한 차례 거부한 것만으로 무력 도발 등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당장의 도발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할 만한 활동은 없다"고 말했다

또 통신선이 다시 완전히 끊겼다고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11일 오전 다시 북측에 개시통화 등 정기 연락을 시도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CG)
[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북한이 한미훈련을 남북관계 개선의 바로미터로 여기면서 반발하고 있어 남북 대화나 교류의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이뤄질 때만 하더라도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을 겨냥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라며 "현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저들의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더불어 한미 양측은 지난 4일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국장급 협의와 지난 6일 외교장관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북한과 대화의 길을 모색하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려워 보인다.

comma@yna.co.kr heev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