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검, 90일 수사 끝에 '증거조작 의혹' 불기소(종합)

이현주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모든 자료·대상자 검토…증거 없어" 수사결과 발표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진실규명을 위해 7년 만에 출범한 이현주 특별검사팀(특검)이 90일간 CCTV 데이터 조작 등 각종 의혹들을 수사했으나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현주 특검팀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세월호 참사 발생 7년여 만인 지난 5월13일 출범했다.

세월호 특검팀은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에 대한 각종 의혹의 진상을 뒷받침할만한 인적·물적 증거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이와 관련해 인지할만한 사건도 발견할 수 없어 공소부제기 결정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수사기간 동안 대통령기록관과 해군·해경 등 총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 약 169테라바이트 분량의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고 4천시간 상당의 해군 및 해경 음성교신을 녹취해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 △해군 및 해경의 세월호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수거 및 인수인계 과정에 대한 의혹 △DVR 관련 청와대 등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의혹 등을 들여다봤다.

이 중에서도 DVR(CCTV 저장장치) 바꿔치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다. 이에 앞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군이 DVR 수거 과정에서 찍은 영상 속 DVR과 검찰이 확보한 DVR의 외형이 서로 다르다며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했다. 해군이 2014년 6월22일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에서 DVR을 수거했는데 이는 가짜고, 원본 DVR은 그 이전에 수거해갔다는 것이다.

특검은 확보한 모든 증거를 꼼꼼히 살펴봤지만 DVR이 2014년 6월22일 이전에 수거됐다고 볼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체 내부로 잠수해서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DVR을 수거하고 아무도 모르게 참사 해역을 빠져나가는 것은 극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방위 조사한 결과 가짜 DVR이 존재한다고 볼만한 근거도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특검은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세월호 참사 증거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별검사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사참위는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세월호 CCTV 영상에서 '덮어쓰기' 정황이 발견됐다며 공론화했다. 법원 증거보전절차 당시 세월호 CCTV 영상이 담긴 하드디스크에서 일부 복원데이터만 제출됐는데 이후 사참위가 복원촉탁인이 관리하다 제출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드섹터' 등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는 의혹이다.

특검은 "의혹 해소를 위해 조작여부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사참위가 조작 흔적으로 지목한 특이현상들의 경우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원촉탁인이 개인적으로 2년 가까이 복원데이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과수도 '조작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고 했다.

청와대 등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나 범죄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검은 "대통령 기록물 및 해군, 해경의 통신자료를 포함한 제반 증거들을 검토하고 수사한 결과 정부 대응 적정성에 대해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수사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수사결과를 지켜본 한 유가족은 "특별하게 수사를 하라고 했더니 특별히 검사만 한 것 같다. 그래서 '특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책임자로서 있는 사실을 못 밝혀낸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밝혔다"며 "모든 자료를 검토했고, 모든 대상자를 조사했다. 미진한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특검은 "7년의 무게만큼이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특검 구성원 모두는 한 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면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다. 이번 수사로 관련 의혹이 해소됐기를 바란다. 묵묵히 버팀목이 돼주셨던 유가족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언급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