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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집트 시위 '파란 브래지어 소녀'를 위해… 실·바늘로 빚은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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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아메르 '그녀에 대한 참조'展

한국일보

가다 아메르


이집트의 여성작가 가다 아메르(50)는 물감과 붓 대신 실과 바늘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포르노 잡지에 나오는 모델, 이슬람 여성 등 억압받는 여성 이미지를 캔버스에 스케치한 후 자수로 형태를 꿰매고 아크릴물감을 뿌려 완성하는 식이다.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황금빛 자수 회화로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유네스코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등에 참가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렸다.

아메르의 국내 세 번째 개인전 '그녀에 대한 참조'가 6월30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회화 4점, 조각 4점을 선보인 작가는 "내가 여성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랍작가라고 부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유럽에서)아랍이란 말은 배타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법의 회화를 그리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찾은 소재가 실과 바늘이었다"며 "내 작품은 여성의 매체로 여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근 몇 년간 집중적으로 작업한 조각들을 처음 선보인다. 자수를 놓은 회화가 반부조에 가깝다면, 가운데가 뻥 뚫린 달걀 모양의 조각은 빈 공간에 드로잉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높이 182.9㎝의 은색 조각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2011년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을 보고 제목을 붙였다. 작가는 "이집트 시위 때 군인에게 구타당해 파란 속옷을 드러낸 채 길에 누워있는 여성을 보고 제목을 붙였다"며 "길에 누워있던 여성들을 내 작품에서는 똑바로 서서 정면을 응시하는 여성들로 바꿨다"고 말했다. 지름 152.8㎝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은 아랍어로 사랑을 뜻하는 단어 100여 개를 붙인 구형 브론즈 조각이다. 글자가 좌우가 뒤집혀 있어 조각의 빈 공간을 통해 반대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작가는 "그림자가 대상만큼이나 중요한 텅 빈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며 "내부와 외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합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02)3210-9885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한국일보

파란 브래지어의 소녀들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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