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공동대표(사진)는 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시 2주 연장되자 이렇게 말했다. 업종별 방역수칙 적용 등 정부에 방역 대책 수립 전환 등을 촉구하며 국무총리실에 수차례 진정을 제기했지만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그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도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비대위가 기획했던 차량 1인 시위는 오히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경찰 수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제 이날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는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고 대표는 최근 정치권이 앞 다퉈 자영업자들을 만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당시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마련됐던 것처럼 금융정책을 통해 대출만이라도 쉽게 받을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고 대표는 비대위가 시위에 나서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 2주 연장됐다. 심경은
“참담하다. 저희가 안간힘을 써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쥐어짜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또 연장이라니. 버틸 수 있는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저희가 가장 두려워하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금지가 적용됐는데도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의 방역 수칙은 재정립돼야 한다.”
-얼마나 힘든 상황인가.
“카페의 경우, 하루 종일 매출 10만원이 안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일 매출이 안 나올 때 지난해 홀 영업금지를 당했을 때인데, 그 때 코로나19 이전 대비 70~80% 빠졌다. 이후 여름이 다가오면서 50~60% 수준으로 회복했었다. 하지만 (수도권) 4단계 조치 들어가고 6시 이후 3인 이상 금지가 적용되면서 다시 80% 가까이 빠져 매출이 급락한 상태다. 어떤 카페는 재원지원금 1~5차 다 합쳐서 받은 금액이 한 달 임대료 수준에 그친 곳도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전국자영업자비대위, 거리두기4단계 조치 불복 기자회견’에서 자영업자비대위 관계자 차량의 이동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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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업종별 방역수칙 재정립 등 국무총리실에 요구안을 전달했다. 답장은 받았나
“공개 질의서 외에도 추가적으로 답답한 심정을 전달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은 것은 없다.”
-지난달 22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지난 3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정치권의 지원 움직임은 어떤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인 만났다. 하지만 저희가 얘기한 것이 100가지라면 10가지 정도만 반영되더라. 정치권은 자영업이 관심이 아니다. 본인들 편으로 저희를 끌어 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정치인들을 만나는 데 회의감이 드는 이유다. 또 비대위가 정치적으로 연관되다 보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고 치우쳤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어서 이제는 정치인보다 정부 관료를 만나려고 한다.”
-정부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대출 부분이다. 사장님들 중에 대출을 안 받으시는 분이 없다. 그런데 한정된 금액에 선착순으로 대출 지원을 받다 보니 정작 필요한 분들은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대출 지원을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분들도 있다. 또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 관련 대출의 상환 거치기간이 도래하고 있다. 대출 받을 때 1년이면 코로나가 끝난다는 전제에서 돈을 빌린 것인데, 현재 종식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거치기간을 연장해줘야 우리가 버틸 수 있다.”
-추가로 필요한 건 무엇이 있나.
“예를 들어,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권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뤄졌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한다. 지금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권이 IMF때 도움 받은 기억을 되살려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좋겠다. 1금융권 대출은 신용등급 1~3등급이 아니면 받기 어렵다.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에 한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 나오면 좋을 것이다.”
지난달 14~15일 정부의 방역 조치에 항의해 심야 차량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홍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6일 서울 마포구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함께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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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가 차량 시위와 관련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입장은
“일반 시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하자며 고안해 낸 것이 1인 차량 시위다. 첫날 하고난 다음에 서울시에서도 감염병예방법에 저촉 안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 집시법 적용해서 소환조사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너무 억압한 것이라고 본다. 시위 당시 충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지난달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지 않으면, 차량 시위를 전국 규모로 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 비대위 대표끼리 회의를 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24시간 영업할 자유를 달라는 것이 저희 요구사항이다. 하지만 기자회견하고 시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가 우리 얘기를 안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만이라도 열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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