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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팩트체크] 88% 지급 재난지원금 선별비용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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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의소득세 모델 선별 및 행정비용 많이 들어"

선별지급인 5차 재난지원금, "선별 및 행정비용 크지 않아"

전문가 "부의 소득세 모델,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비용 달라져"

"선별 기준 및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해"

지난달 26일 정부는 '2차 추경 범정부 TF 회의'에서 6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확정한 '국민지원금 기본 선정기준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차 재난지원금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은 가구소득 하위 88%에 해당하는 국민들에게 지급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형평성에 안 맞는 정책 좀 그만하라"며 "다 주거나 아예 주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그냥 다 주면 아무 문제 없을텐데 왜 이런 일로 행정 비용을 쓰고 그러냐"면서 하위 88% 선별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에 대해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보편·선별지급 논쟁은 정치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별지급을 기조로 하는) 부의 소득세의 경우 선별 및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지사는 "몇 년 전 아동수당 보편·선별지급 논쟁만 보더라도 결국 선별비용 때문에 보편지급으로 결정되었다"고 했다.

이와 같은 보편·선별지급 논쟁의 핵심 중 하나는 '선별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예산보다 선별 과정에 수반되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라는 것이다. 만약 선별 및 행정비용이 더 크다면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정책'이 되기 때문.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별지급 형태로 이루어지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선별 및 행정비용이 더 큰지' 팩트체크했다.

또한 이외에도 '부의 소득세 등 선별지급 정책을 보았을 때 선별 및 행정비용이 많이 드는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부의 소득세는 생계수준 이하의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 보조금을 말한다.

이데일리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의 소득세에 대한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선별 및 관리 행정비용이 많이 듭니다."고 말했다. (출처=이재명 경기도지사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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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선별 및 행정비용 크지 않아"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이 발표된 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가구소득 하위 88%'가 어떤 기준에 따라 나온 것인지'에 대해 의문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획재정부에 확인 결과 이러한 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을 바탕으로 측정한 수치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1인가구와 2인가구, 그리고 3인가구와 4인가구 사이의 소득 차이가 큰 편이다"며 "특히나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이러한 가구 간 소득차이를 고려해 더 효율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준중위소득과 함께 건강보험료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추정 값을 정했다는 것.

다음으로 '하위 88%의 가구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많이 수반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선별비용이 나머지 12%에게 지급될 예산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행정비용 역시 지난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했던 당시와 비교해보았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아동수당 논쟁 때에는 결국 선별비용때문에 보편지급으로 결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번 재난지원금의 경우 아동수당 논쟁과는 다소 기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 재난지원금이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아동수당의 경우 18세까지 매년, 매달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다 정밀한 선별과정이 필요했다. 이에 시간과 행정을 더 많이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동수당의 경우 부모의 소득 및 자산을 모두 고려해 선별 과정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과 협의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행복기금 등으로 전환하는 등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일일히 개인정보동의를 받느니라 추가로 행정비용이 소요됐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반면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이미 측정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선별 및 행정비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재난지원금의 경우 아동수당과는 달리 기준을 정하거나 선발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 크지 않지만 재난지원금 선별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행정보조 인력에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다만 이때 행정보조인력 등에 들어가는 예산 또한 아동수당 때와 달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료를 확인하기 위한 홈페이지 구축 등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매년 지급하는 비용이 아닌 만큼 행정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부의 소득세의 경우 선별 및 행정비용 많이 필요하다? → '절반의 사실'

'부의 소득세의 경우 실제로 선별 및 행정비용이 더 많이 필요한지'에 대해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득 파악에 대한 부분은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부분이 있어 완전히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부의 소득세는 아직 모델이 나온 적 없다"고 말했다.

부의 소득세 모델에 따라 행정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최 교수는 "부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경우 종종 자산을 감안하지 않고 소득만 갖고 지급하는 모델을 말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에는 수반되는 행정비용이 생각보다 더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득만 갖고 부의 소득세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나 자산이 부의 핵심인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만약 국내에 자산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부재할 경우 행정비용이 더 수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직 국내에서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 파악 체계가 완벽하지 않은 것 역시 문제이다.

최 교수는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Real-time information)를 얼마나 빨리 갖출 수 있느냐에 따라 행정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의 소득세 모델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수반되는 행정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별 및 행정비용의 경우 선별 과정에 필요한 기회비용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아동수당의 경우 신청에 필요한 시간, 공무원 업무 증가 등의 기회비용까지 예산으로 측정된 면이 있다"며 "선별지급의 경우 선별 과정에서 비용이 수반되지만 직접적인 경비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양 교수는 선별지급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현재 88%에게 지원하는 예산이 약 11조 정도이다"며 "이에 따라 만약 나머지 12%에게 필요한 예산을 약 1조 정도로 본다해도 선별 과정에 필요한 예산이 그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지급대상을 선별하는 데 추가로 소용되는 행정비용이 약 300억~4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 "사회적 합의 필요"

이처럼 보편·선별 논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최 교수는 "부의 소득세의 경우 기준이 얼마인지에 따라서도 행정비용의 차이가 크다"며 "그 대상이 중산층인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까지인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적인 정책을 이루기 위해서는 적절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다만 최 교수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소득 손실을 경험한 자영업자, 실업이나 근로시간 감소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 취업 실패 청년' 등을 명확히 선별할 수 있는 기제가 부족한 것은 문제"라며 "실제로 대국민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득감소나, 실업, 매출 감소, 폐업 등의 피해를 경험한 사람 중 선별 지원을 받은 대상자가 생각보다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 아직 누구에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불명확한 면이 있다"며 "'작년 대비 소득이 감소한 사람, 절대 소득이 부족한 사람' 등의 기준을 정하고 판별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지금처럼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보다는 특별한 이유가 분명할 때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즉 현재와 같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로금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는 것은 적자 예산, 형평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양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 실업자' 등 특정 대상의 일상 회복을 위해 정책을 꾸릴 필요가 있다"며 "전 국민의 몇 %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더 필요한 사람에게 예산이 돌아가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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