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접을 수도 없고" 한숨…시민들도 '피로감' 호소
코로나19-폭염 '이중고' 버티다가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문다영 기자 = "이젠 신경도 안 쓰려고. 그러든가 말든가. 기대도 없어"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서 6년째 고깃집을 하는 A(70)씨는 6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연장된다는 발표에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인근 시장에서 사 온 상추 박스를 냉장고에 밀어 넣으며 "원래 있던 상추는 썩을 것 같아 다 버렸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에 이틀이면 다 쓰던 상추 1박스는 요즘 열흘이 지나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A씨는 "요즘 날이 더워 손님이 1명이라도 오면 에어컨을 트는데 전기요금도 나오지 않는 장사를 한다"며 "저녁에 많아야 3팀이 오는데, 뭐라도 건져보려고 가게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직원 여러 명을 쓰기도 했던 A씨는 요즘 아들하고만 둘이서 장사를 하는데도 손이 부족하지 않다.
'더 이상은' |
서울 광화문에서 10년째 부대찌개 집을 하는 황모(41)씨도 "4단계가 연장됐다는 말을 들어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자포자기의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황씨는 "이젠 왜 장사를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문을 열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버리는 꼴"이라고 했다.
황씨는 거리두기 4단계가 된 뒤로 저녁 장사는 하지 않고 점심 손님만 받은 뒤 이른 오후에 가게 문을 닫는다. 지금까지 받은 대출이 너무 많아 무턱대고 장사를 접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인근 고깃집 직원 마모(53)씨도 "이젠 아무 기대도 없다. 사장님이 폐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저녁 회식 손님이 사라지니 점심에만 팔던 식사 메뉴를 저녁에도 팔고, 직원 수를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마씨는 "사장님이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았다. 이젠 더 버티기 어려워 폐업을 생각하고 계시다"고 전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정부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최모씨는 "요즘 식자재값도 많이 오른 데다 손님도 크게 줄어 타격이 크다"면서도 "매 주말이 고비라는데 더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도록 자영업자들도 업장 내 거리두기와 QR 체크 등을 꼼꼼히 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2주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드러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모(26)씨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아 거리두기 연장 소식이 새롭진 않았다"며 "요즘 인간관계를 넓혀가질 못하겠다. 둘이서만 보면 어색해 여러 명이 대화하는 자리도 필요한데 그런 모임은 다 포기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25)씨도 "4단계 이후로 활동에 제약이 너무 많아졌다"며 "친구들과 저녁에 모여 식사라도 하고 싶고 여름 휴가도 같이 가고 싶은데 3인 이상 모일 수 없다니 아쉽다"고 했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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