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기자의눈] 다 지고 나니 金 따러 온 것 아니라고?…패장의 기막힌 막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쿄올림픽 야구, 기대 이하 경기력으로 결승 좌절

김경문 감독, '죄송하다' 등 패배 책임 언급 없어

뉴스1

5일 저녁 일본 도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과 미국의 패자준결승 야구경기 6회초 1사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이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다. 2021.8.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대표팀 감독이라면 공식 석상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입을 열어야 한다. 온 국민의 기대와 응원 속 국제대회에 나서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패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두 번이나 결승에 오를 기회를 놓친 '패장'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 않다"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늦은 밤까지 TV 앞에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던 국민은 김 감독의 황당한 발언에 분개했다.

야구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4일 일본전에서 8회 무너지며 2-5로 졌고, 5일 미국에 2-7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변형된 패자부활전 방식 때문에 두 번이나 준결승을 치렀으나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우승 기회를 날렸다.

변명이 필요 없는 완패였다. 투·타가 안정된 일본과 미국은 한국보다 한 수 위였고, '우물 안 개구리' 한국야구의 수준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 대회에서 목표로 세웠던 금메달을 놓쳤으니 변명의 여지 없는 실패다.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극명하게 갈린다. 매 경기 이길 수 없으며 양궁 김우진(청주시청)의 소감처럼 항상 해피엔딩만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결승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미국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도 "국민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은 없었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를 져서 분하고 아쉽다"는 말도 동석한 이의리(KIA)와 김혜성(키움), 두 선수의 입에서만 나왔다.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실언을 했다. 그는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본에 온 것은 아니다. 선수들, 스태프와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 경기 한 경기 국민들께서 납득할 만한 경기를 하려고 했다. 금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어렵게 개최된 올림픽 무대다. 모든 종목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자칫 사라질 뻔했던 기회를 다시 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근래 힘낼 일이 많이 없던 국민들도 대표 선수들의 뜨거운 투혼을 향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며 함께 뛰었다.

특히 '인기 스포츠'인 야구 대표팀은 그 어떤 종목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응원이 가해진 종목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준 것을 기억하면서 다시 선전을 발했는데, 정작 대표팀 감독은 "우린 여기 금메달 따러 온 게 아니었다" 했으니 허탈할 일이다.

설령, 속으로 그리 생각했을 수 있어도 감독의 입밖으로 나올 내용은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경기들을 모두 패한 다음에는 더더욱 내놓아선 안될 발언이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없다. 금메달을 목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를 준비하며 뛴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독려해주지는 못하고,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만 찾는 것 같아 기가 막힌다.

그렇다고 납득할 만한 경기를 펼친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펼쳤으며 잠재된 불안 요소가 결국 곪아 터졌다.

준결승 2경기는 벤치의 불펜 운용 실패가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일본전에선 고우석(LG)을 밀어붙였다 대량 실점을 했고 미국전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투수 기용으로 화를 초래했다.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활약 중인 원태인(삼성)과 최원준(두산)을 불펜으로 내세웠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가장 듬직한 조상우(키움)도 잦은 호출에 결국 탈이 나며 흔들렸다.

뉴스1

김경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명단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6.1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애초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면서 전문 불펜 투수 자원을 적게 발탁해 우려를 키웠다. 당시 평균자책점 0.55를 기록 중인 강재민(한화)을 뽑지 않아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선수 발탁과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결과를 갖고 얘기하면 감독은 할 말이 별로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듯한 이야기다.

취재진이 전문 불펜 투수 부족을 지적하자 불편한 기색도 보였다. 김 감독은 "선발투수가 지금 이닝을 이 정도만 던지는데 만약 불펜 투수를 많이 뽑았다면 매일 많은 이닝을 던져야 했을 텐데 어찌 되겠나. 스태프들이 생각이 있으니 이렇게 뽑았다"며 궤변만 늘어놓았다.

대표팀 수장으로서 잘못된 선수 선발과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전혀 볼 수 없다. 오히려 남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한 인상이었다.

2018년 6월 NC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김경문 감독은 반년 뒤 야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야구계는 김경문 감독이 도쿄 올림픽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재현해줄 적임자라고 판단했으나 그 희망은 사라졌다.

가뜩이나 선수들의 방역 수칙을 위반한 호텔방 술판과 구단 이기주의로 인한 리그 중단 등으로 등을 돌린 팬을 1명이라도 더 잡아도 모자랄 판에 대표팀 감독이 '막말'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있으나 이미 국민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rok1954@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