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규제법 반대 확산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과거 정권에 있었다면 국정농단 '최순실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황용석 건국대 교수)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에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과거 정권에 있었다면 국정농단 '최순실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황용석 건국대 교수)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김승원 민주당 의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이사,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참여했다.
여야 정치인과 학계, 언론단체, 시민단체 인사가 고루 참여해 토론이 진행됐지만 참가자들의 발언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더라도 이렇게 졸속으로 서둘러 통과시킬 순 없다"는 데 모아졌다. 언론에 비판적인 윤 이사조차 언론의 공익적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헌법재판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건 중요한 헌법정신"이라며 "소송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 언론중재법 취지인데, 민주당의 개정안은 (비판적) 뉴스 유통을 줄여 결과적으로 언론자유지수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법안대로라면 최순실 보도는 보도 시점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는 "고의·중과실 추정도 우려되는 조항"이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면 원고는 피해 입증 부담을 덜게 돼 (언론에 대한) 고소를 남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피고인 언론에는 엄격한 입증 책임을 지워 언론 입장에선 소송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잠입 취재도 다 법률 위반인데 결과적으로 공익적 언론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적시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따르면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한 행위 등이 인정되면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다고 추정된다. 고의·중과실로 허위·조작 보도를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
윤 위원장은 이 같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크게 제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를 보도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잠입 취재를 할 경우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적용받게 된다"며 "기자들이 이런 취재를 하는 건 법률 위반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실을 알릴 때 우리 사회가 얻게 되는 공익이 훨씬 크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김승원 의원은 취재 활동도 법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법은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라는 게 원래 사실을 알리는 것 아니냐"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사실 보도에 대해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법조인 출신인 김 의원은 자신의 변호사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언론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언론 보도 분쟁 건에서) 기자가 정정 보도를 하면 (회사에서) 페널티를 받으니 후속 취재를 해서 (언론 보도의 피해자를) 끝까지 털어보겠다고 했다"며 "결국 의뢰인이 체념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야당 반대에도 강행 처리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서 피해 입증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두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다"며 "그런데도 서둘러 졸속 처리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허위 사실을 보도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입증 책임은 원고(피해자)에게 있지만, 고위공무원과 대기업의 경우 입증 책임을 피고(언론사)가 지도록 했다.
김승수 의원은 "조국 전 장관 부녀의 삽화 건(조선일보 보도)이 발생하자 징벌적 손배제 배상액을 최대 3배에서 갑자기 5배로 높였다"며 "이게 이 법안이 진행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승원 의원은 이에 대해 "조국 삽화 건이 악의적 보도의 예"라고 반박했다.
황 교수는 징벌적 손배제에서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을 기준으로 배상액 근거를 잡는 건 공정거래법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때 쓰는 방법"이라며 "손해배상액을 매출액 기준으로 산출하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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