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캠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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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37일 만에 제1야당 대선 주자로 공식 변신한 것이다. 감사원장의 유례 없는 대선 도전이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에는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라는 취지로 적극 반박했다. 그는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지만 출마 이유와 정책 기조에서 ‘반 문재인’·보수 색채가 두드러졌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발표한 출마선언문에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정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 국민이 마음껏 실력을 펼칠 수 있는 ‘마음껏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8일 감사원장직에서 중도사퇴한 지 37일, 지난 달 15일 국민의힘에 전격입당한 지 20일 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출마 회견은 온라인 중계로 이뤄졌다.
최 전 원장은 선언문 초반부터 “왜 대선에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다.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나온 게 옳은지 묻는다”며 자신을 향한 논란에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감사원장) 직무를 수행하려 했지만 벽에 부딪혔다”며 “그 벽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이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을 감사하는 저에게,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으면 차라리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고도 했다.
최 전 원장은 이어 “감사원장의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대한민국을 위하여 나를 던질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 “저의 선택은 대한민국이었다”고 말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정치적 중립 훼손’ 지적에 정면 대응하면서 ‘반 문재인’ 정서를 자극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 비전과 분야별 정책 기조에선 보수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났다. 경제관과 노동관 등에서 국민의힘의 기존 입장과 대부분 일치했다. 최 전 원장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이념을 앞세웠던 정책 운용을 확 바꿔야만 한다”면서 “자유와 자율, 혁신과 창의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장 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 해결책으로는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청년 취업을 가로막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 (개혁)”을 내세웠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특정 이념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닌,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탈 원전 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구축하겠다”며 문재인 정부 ‘탈 원전 정책’ 비판도 전면에 내세웠다.
최 전 원장은 기자들과의 온라인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반 문재인’ 정책 기조를 뚜렷이 했다. 부동산 문제 해법을 두고는 “이념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부동산 지옥’을 만들어낸 원인”이라면서 “이 정부의 반대로만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산업재해로 만들어진 ‘중대재해 처벌법’은 “너무 과도하게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책임의 범위를 너무 확장하는 법률”로 규정했다. “대규모 노조들은 이제 더이상 약자가 아니고 기득권”이라며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도의 ‘탄력적 적용’도 재차 강조해 보수적 노동관이 두드러졌다.
이날 제시한 정책 방향을 실현할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많았다. 최 전 원장은 산업구조 재편 방안 등 분야별 상세 공약에 대한 질문에는 “준비된 답변이 없어서 이 자리에서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 전 원장은 “감사원장직 사퇴할 때까지도 정치를 꼭 하겠단 생각이 아니었다.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경쟁 상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향해선 “보수 야권 결집을 이뤄낸 훌륭한 분”이라면서도 “저는 정치적 분열을 야기한 여러 과거의 일에서 자유롭고 정치적 부채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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