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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시무7조' 조은산 만난 윤석열 "K.0 노리는 타이슨 같은 정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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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예방,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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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해 '시무 7조' 국민청원으로 유명세를 탄 논객 조은산(필명)를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은산은 3일 자신의 블로그에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일주일 전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며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고 적었다.

앞서 40대 가장으로 알려진 조은산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려 조목조목 비판한 국민청원 '시무7조 상소문'을 적으며 화제를 모았다.

시무7조에는 △1조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2조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3조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4조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5조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6조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7조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조은산은 "나는 다분히 술에 취해 쓴 글이며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고 하자 그(윤 전 총장)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로는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했다.

이어 "인생이 뒤틀린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아 넌지시 물었다. 조국 수사 왜 했느냐고"라면서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냐 물었다. 정치 참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당신의 정의였냐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산은 "'정의'라는 것에 대해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지금의 그를 형성한 관념적인 틀, 정의로운 검사 내지는 정권에 반기를 든 투사의 모습에서 벗어난, 그저 한 인간에 충실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것을 '직업적 양심'이라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무현을 수사하는 것은 부정의이고, 이명박, 박근혜를 수사하는 것은 정의이며, 조국을 수사하는 건 또다시 부정의이고, 그를 수사한 검찰총장을 징계하는 것은 또다시 정의라 말하는 정치 편향적 정의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나는 차라리 그가 정의가 아닌 상식을 말하는 게 다행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조은산은 윤 전 총장이 "권력자들이 죄를 지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전체적인 법질서의 붕괴를 가져오고, 그로 인한 피해를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이 입게 된 것 같아 전직 검찰 총수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며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그는 듣던 대로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면서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그의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 연이은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썬그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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