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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만난 윤석열 "KO 노리는 타이슨 같은 정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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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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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時務) 7조’라는 상소문 형태의 국정 비판 글을 올려 화제가 됐던 진인 조은산(필명·40)이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3일 조은산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윤석열 전 총장을 만났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공개됐다.

그는 글에서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났다”며 “식사를 겸한 대화는 100분가량 이어졌고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구체적 내용을 되짚기 힘들어 짧은 메모에 근거해 이 글을 남긴다”고 했다.

조은산은 “그는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닿아 인상 깊었다고 그 소감을 전했다”고 했다.

그는 “나는 다분히 술에 취해 쓴 글이며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다고 답했다”며 “그러자 그(윤 전 총장)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글은 결국 사람의 삶에서 나오지만 때로는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썼다.

조은산은 지난해 8월 27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한 ‘시무7조’ 상소문을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이 상소문에는 43만9611명이 동의했고, 청와대는 72일 만에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비서관)이 답변자로 나서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 청년,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조은산은 이어 “인생이 뒤틀린 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아 ‘조국 수사를 왜 했느냐’, ‘국정원 수사에 이어 적폐 청산까지 마무리했으니 그대로 진보 진영의 화신으로 거듭나지 그랬느냐’고 넌지시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은산은 “의외로 그는 '정의'를 경계하고 있었다.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윤 전 총장의 정의관을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성장과 복지는 결국 동전의 양면 같은 상생의 개념”이라고 했고,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 진출을 통한 역동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육아에 대한 고충을 국가가 상당 부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 대해 “세금을 몽땅 쏟아부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사회적 가치 투자”라고 정의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이 물적 인프라 투자였듯, 교육 역시 인적 인프라 투자로써 성장에 일조하는 복지가 될 것이며, 반드시 승수효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은 없었다”며 일축하고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 및 근로 무능력자를 향한 두꺼운 복지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그는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윤 전 총장에게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와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에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며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 답했다”고 했다.

조은산은 “내가 ‘잘 어울린다.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라고 말하자 그는 크게 웃었다”며 “그는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는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았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며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다소 정제된, 그리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애초에 지금의 윤석열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산은 윤 전 총장에 대해 언론 기사 속 사진이나, 각종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콩 국물을 흘리며 마시는 모습을 봤다면서 “직접 접한 그의 모습은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그저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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