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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돌아가던 시스템 붕괴·실종…멕시코전 대참사, 감독만의 책임인가[SS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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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김학범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요코하마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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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사고 치겠다”라며 자신있게 일본으로 떠났던 올림픽축구대표팀은 8강에서 레이스를 마감하며 2일 귀국했다.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3-6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배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조별리그 통과도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멕시코전 대패의 인상이 너무 강하다. ‘참사’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실패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원인으로 지목된다. 감독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에도 전적으로 김학범 감독의 책임이 크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김 감독은 여러 잡음을 야기했다. 김민재, 손흥민 등 와일드카드 선발부터 논란이 됐고, 중요한 일정을 앞둔 K리거들을 무리하게 소집하는 등 비판 받을 소재를 많이 양산했다. 멕시코전 대패도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잘못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 감독은 “모든 것은 내 책임이다. 감독이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모든 화살을 한 명의 리더에게 조준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한국 축구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꾸준히 성과를 올려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 202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우승 등 쾌속질주를 했다.

사령탑들의 지도력과 대한축구협회의 협업이 만든 결과였다. 김 감독과 정정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자신의 리더십과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고, 협회에서는 지난해까지 부회장과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김판곤 현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감독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대회가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함께하며 선수 운영과 상대 분석 등에 함께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기술연구그룹(TSG)를 구성해 폴란드, 태국 현지에서 힘을 보탰다.

이 시스템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회에 몰입하는 감독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시야가 좁아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감독은 전지전능한 마법사가 아니다. 실제로 김 감독은 챔피언십 첫 경기서 원두재를 기용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을 비롯한 TSG의 조언을 받고 원두재를 중용한 사례도 있다. 당시 원두재는 대회 MVP에 올랐다. 집단지성의 토론과 김 감독의 유연한 수용이 만든 결과였다.

뿐만 아니라 감독, 코칭스태프는 경기를 준비하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대회 도중 낯선 상대를 분석할 여력이 부족하다. A대표 수준의 유명한 팀이라면 모를까 연령대 대표팀은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스태프 외의 지원이 필요한 배경이다. 정 감독은 준우승 달성 후 “TSG 분들이 큰 도움을 줬다. 오히려 내가 그 분들에게 ‘빨리 분석해달라’고 자료를 요청하며 괴롭혔다. 함께 자료를 보면 도움 받을 것이 분명히 있다. 내가 원하는 것, 수긍할 만한 것이 있으면 소통해서 받아들이면 된다. 아니다 싶으면 또 논의하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과 TSG의 협업이 성공의 원인 중 하나였다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구축한 이 시스템은 이번 대회부터 사라졌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김 감독을 선임하고 지금까지 호흡을 맞춘 김 위원장은 일본에 가지 않았고, 올해 대회기술본부를 총괄하게 된 황보관 본부장이 단장으로 동행했다. ‘일본통’이라는 게 이유인데 올림픽대표팀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단장 역할상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큰 역할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홀로 짐을 진 김 감독은 멕시코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맞불 작전을 놓다 완패했다.

원래 올림픽은 출입카드(AD카드)가 부족해 많은 스태프를 대동하기 어렵다.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더 제한적이다. TSG가 합류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성공의 원인으로 꼽혔던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든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라리 김 감독과 ‘케미’가 좋은 김 위원장이 동행했다면 전과 마찬가지로 시너지 효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협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협회는 이번 대회에서 그 시스템을 아예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AD카드가 부족하면 단장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밖에서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보내는 게 맞다”라면서 “모든 책임을 김 감독에게 지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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