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인 김건희씨 사생활 비방 벽화 논란에
이재명·이낙연·김두관 등 대선주자들 ‘비판’
김상희 국회부의장·이상민 與선관위원장도
과도한 비방 역풍 우려…女인권 문제 ‘민감’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외벽에 그려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 오전 한 건물 관계자가 벽화의 글자를 흰색 페인트로 칠해 지웠다. 사진은 문구가 지워지기 전(위)과 후.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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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사생활을 비방하는 내용의 이른바 ‘쥴리 벽화’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선 주자들까지 나서 “금도를 넘었다”, “민망하다”며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 본인이 아닌 부인의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소재로 한 비방을 그대로 지켜봤다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 열린캠프는 지난 29일 남형희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윤석열 후보의 아내라는 이유로 결혼 전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비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금도를 넘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남 대변인은 “풍자와 해학은 탈을 쓰고 고관대작을 비판하던 오랜 관습으로 평민들이 누렸던 자유였고, 세계 곳곳의 후미진 골목 벽면에도 욕설과 배설로 채워진 곳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작금의 통념으로 볼 때도 쥴리 벽화는 금도를 넘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결혼 전의 사생활을 조롱하기보다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을 지키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코바나컨텐츠 후원금 모금 의혹,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김건희씨와 관련된 의혹을 거론했다. 사생활이 아닌, 공적 문제와 관련된 의혹을 집중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 후보도 같은 날 MBN 뉴스에 출연해 ‘쥴리 벽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조금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다”고 답했다.
’쥴리 벽화’가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과했다는 뜻이다.
김두관 후보도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그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며 분명한 반대 뜻을 밝혔다.
김 후보는 “가끔 열성 지지자들이 국민 정서를 뛰어넘는 오버를 하는 케이스들이 많이 있는데 그 부분은 지도부에서 적절하게 제어를 해 줘야 한다”며 “동거설 문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라서 존중되는 게 맞겠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 외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쥴리 벽화’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조롱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쥴리 벽화’에 대한 민주당 내 비판은 김 부의장이 처음이었다.
김 부의장은 “누굴 지지하느냐 아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정치와 무관한 묻지마식 인신공격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림을 자진 철거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드린다”고도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도 나섰다.
이 의원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아무리 대선 후보지만 가정생활과 관련된 극히 사생활 부분은 사실 자꾸 거론하는 건 옳지가 않다”며 “물론 일반 시민이 한 행위지만 조금 지나친 행위인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후보자로서 공적 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사적 부분도 검증을 해야한다”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고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부분은 사실은, 특히 가족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서로 후보 간에는 좀 신사협정을 준수하는 게 좋다”고 했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민주당에서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주로 나온 것은 여론 ‘역풍’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주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이후 2차 가해 논란까지 벌어지며 큰 비판을 받았던 터라 ‘여성 인권’ 부분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주자 부인에 대한 사생활 공세가 도를 지나칠 경우 민주당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할 리 없다는 것이다.
실제 윤 전 총장은 “가족 문제를 넘어서서 여성 인권 문제이기 때문에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여성가족부도 이날 ‘쥴리 벽화’ 논란 등을 한데 묶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성 혐오적 표현이나 인권 침해적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벽화가 게시된 서울 종로구의 한 중고서점 앞은 한때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보수 유튜버와 시민들이 몰려와 1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벽화가 보이지 않도록 차량을 세워놓고 스피커로 노래를 크게 틀어놓으면서 일부는 폭행 시비로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벽화 제작을 지시한 서점 주인 건물주 여모 씨는 문구를 전부 지우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30일 오전 서점 직원 1명이 나와 흰 페인트로 그림 옆에 쓰인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과 또다른 벽화에 쓰인 ‘쥴리의 남자들’ 등의 문구를 덧칠해 지웠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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