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 네번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오른쪽 세번째)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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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30일 국민의힘 입당은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그 스스로도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내면서 “결심한 지 몇시간 안됐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8월초에 입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적으로 7월 안에 입당을 마무리지은 것이다. 당 ‘투톱’인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가 모두 자리를 비운 때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이 예고한 시점보다 빠르게, 당 지도부와의 조율도 없이 ‘깜짝’ 입당을 한 셈이다. 배경으로 입당 지연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과 지지율 하락세, 그리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주도권 싸움 등이 꼽힌다.
■지도부 없는 ‘빈 집’에서 입당 원서 제출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캠프는 “오후 1시 50분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때부터 윤 전 총장의 입당설이 퍼졌다. 캠프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입당이 맞다고 답변했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선 전날만 해도 8월초 입당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시간표가 빨라진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새벽 입당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새벽에 결심을 하고 아침에 권영세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해 오후에 볼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입당 결심도 전적으로 본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선 “입당 일자는 후보의 결단에 맡기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참모들이 제시한 선택지 중에 오늘(30일)은 없었다”며 “정치권에선 보통 금요일은 중요 이벤트를 하지 않는 날이다. 후보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미디어 소비량이 줄어드는 주말을 앞두고 주요 선언을 하지 않는데, 윤 전 총장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결단했다는 의미다.
같은 시각, 이준석 대표가 전남 여수·순천을 찾아 서울을 비운 상태였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중이었다. 권 의원하고만 악수를 한 조촐한 입당이었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시점을 당 지도부와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당사 방문과 관련하여 당 지도부에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 측 관계자도 기자와 통화하면서 “구체적인 날짜를 조율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윤 전 총장) 입당 전에는 통화한 바 없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착석한 직후 통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발표한 4시간 가량 지나서야 직접 통화했다는 뜻이다.
■입당 좌고우면 피로감 영향
윤 전 총장이 이처럼 ‘마이웨이 입당’을 선택한 이유로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국민들의 뜻을 경청한 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이로부터 약 한달 간의 시간이 흐른 셈이다. 윤 전 총장은 민심 청취를 내세웠지만, 실제 야권 중심의 정치권 인사나 반문재인 성향 인사를 주로 만나면서 ‘답정너’ 행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입당 여부와 시기를 두고 윤 전 총장 자신의 발언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총장은 전날 밤 연합뉴스TV에서의 인터뷰에선 “궁극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상태에서 선거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입당을 전제하는 발언을 했지만,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선 “8월 중에는 방향을 잡아 판단을 내려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8월 2일 입당’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입당 ‘저울질’ 등과 메시지 혼선 등으로 일부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하락세로 이어졌다. 더이상 좌고우면하는 이미지가 굳어질 경우 지지율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준석 대표의 거센 입당 압박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윤 전 총장과의 ‘맥주 회동’을 거론하면서 “여론조사 결과로 반영될 텐데 의미를 잘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한다면 자신의 공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맥주회동’에서 윤 전 총장의 입당이 기정사실화되자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췄다. 이때문에 윤 전 총장으로선 입당이라는 자신만의 정치적 이벤트가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그림으로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상보다 빠르게, 이 대표가 없는 시점에 전격 입당을 단행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윤 전 총장이 8월 내 입당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고 밝힌 점도 윤 전 총장의 빠른 입당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직후 당내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음달 2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보수다’에서 ‘윤석열이 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주제로 30분 동안 강연을 한다. 국민의힘 103명 의원 중 절반이 넘는 57명의 초선들부터 접촉해 당내 지지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순봉·유설희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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