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인 주도주 담아 수익률 고공행진
반도체·자동차 고집...개인, 2%대 수익률
“특정 업종 지나친 쏠림 주의” 전문가 조언
올초 이후 지루하게 이어진 박스피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짭짤한 수익률을 안겨줬던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만을 고집하면서 성과가 신통치 않다. 반면 기관와 외국인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순환매 장세 속에서 변화하는 주도주를 담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만끽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에선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에 참패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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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 수급주체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뽑아 올초 이후 수익률을 순매수규모로 가중평균해 산출한 결과 개인은 2%의 수익률을 거뒀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6%, 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은 대거 사들인 반도체와 자동차 대표 종목들에서 쓴맛을 봤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27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은 사들인 상위 종목 10개 가운데 6개가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종목이었다. 반도체 종목으로는 삼성전자를 보통주와 우선주 합쳐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SK하이닉스도 3조원 이상 사들였다.
개인이 33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이들 종목 모두 연초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십만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9만원중반을 넘어서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며 최근엔 주가가 8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연초보다 오히려 5%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5만원까지도 올랐지만 최근에 11만원선에 머무르고 있다. 연초와 비교해선 최근 8% 이상 하락했다.
개인은 자동차 업종에선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를 합산해 6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인이 3조원을 투입해 가장 많이 사들인 현대모비스가 연초보다 5% 하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현대차는 연초 이후 8% 오르는 데 그쳤고 기아가 35% 상승하며 선방했다.
개인이 카카오를 산 건 천만다행이었다. 이 마저도 매수 안했다면 모조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뻔했다. 카카오는 올해 대형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오름폭을 보이며 액면 분할과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 상장 등을 재료로 연초 이후 8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개인은 올해 카카오에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해 짭짤한 성과를 거뒀다. 반도체와 자동차에서 잃은 돈을 카카오를 통해 겨우 만회한 모양새다.
개인이 반도체와 자동차만을 고집하는 사이 기관과 외국인은 변화하는 주도주를 적극적으로 담았다. 상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민감주와 경기재개(리오프닝) 관련주, 금융주 등을 고르게 담았다.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모두 연초보다 10~4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에쓰오일과 현대건설 등 경기민감주가 40% 넘는 수익률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에 따라 떠올랐던 리오프닝 관련주인 호텔신라와 CJ제일제당도 대거 매수하며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외국인도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철강 대표 기업 포스코를 담아 34%의 수익률을 거뒀다. 금리인상 기대감에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들을 담아 쏠쏠한 성과를 기록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변화하는 장세에 적응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개인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주도주에서 밀려난 반도체와 자동차만 여전히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은 삼성전자를 2조6000억원, SK하이닉스를 1조2000억원, 현대차를 8000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2분기 호실적 발표에도 투자심리가 전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개인을 두고 증권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의 우량주는 현재 크게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장기보유하는 관점에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성과가 우수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업종에 쏠려 투자하는 것은 분산투자 관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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