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우즈벡 첫 태권도 금메달…그뒤엔 피살당한 韓 코치 있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25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급 종목 16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벡 라시토프 선수(오른쪽)가 자신에게 패배한 한국의 이대훈 선수(왼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 결승전. 남자 -68kg급 종목에서 결승까지 올라온 선수는 19세의 울루그벡 라시토프다. 바로 전날 16강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한국의 이대훈을 누른 선수다. 결승에서 영국의 브래들리 신든(23)을 만난 라시토프는 경기 초반 6대 2까지 벌어지며 뒤처졌으나, 역전에 성공해 결국 34대 29로 신든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즈베키스탄이 태권도 종목에서 따낸 첫 금메달이다.

라시토프의 뒤에는 고(故) 김진영 코치가 있다. 태권도 전문 매체 무카스에 따르면 김 코치는 2017년 한국인으로 우즈베키스탄 태권도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김 코치는 부임 후 산속 훈련 등 혹독한 훈련으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키웠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2021년 7월로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선수촌 문을 닫았고, 전국 각지 출신 선수들은 집에 격리됐다. 정부에서 주는 급여도 삭감되는 난리를 겪으면서도 김 코치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과 함께했다고 한다.

특히 김 코치는 현지에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까지 했다. 마당에 매트를 펴고 선수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방 출신 선수들은 아예 김 코치와 동고동락하며 올림픽 무대 꿈을 키웠다. 급여 삭감에도 김 코치는 자비를 들여 우즈베키스탄 선수들과 훈련에 매진했다.

결국 우즈베키스탄은 선발전에서 남자 -68kg급 라시토프를 포함해 여자 -49kg급 니고라투르순쿨로바, +67kg급 스베틀라나 오시포바 등 세 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따냈다. 역대 올림픽 본선에 최다 인원을 보낸 것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부터 2016 리우 올림픽까지 다섯 번의 올림픽에서 '노메달'이었던 우즈베키스탄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금메달로 챙겼다.

중앙일보

지난 25일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kg 종목에 출전해 16강전에서 한국의 이대훈 선수에 승리한 울루그벡 라시토프 선수가 승리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코치의 비보는 지난 6월 한국에 전해졌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6월 15일 자택에서 지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김 코치는 병원에서 6시간이 넘는 대수술에서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김 코치에 흉기를 휘두른 인물은 한국인 김모씨로 김 코치와 태권도를 함께 한 지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직후 용의자 김씨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라시토프는 기자회견에서 김 코치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그를 추모했다. 라시토프는 "한 달 전에 코치가 사망한 것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힘든 순간이었다"라며 "하지만 그 상실감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금메달을 김 코치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