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국가대표 안산(왼쪽부터), 장민희, 강채영이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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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9연패라는 초유의 업적을 달성한 순간, 경기가 열린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는 블랙핑크의 <붐바야>가 흘러나왔다. “지금 날 위한 축배를 짠짠짠” 같은 가사를 듣고는 대표팀 선수들이 요청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실제 대표팀이 부탁한 노래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였다.
이날 대표팀 주장 강채영(25)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실은 비티에스(BTS) 노래를 부탁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는지 블랙핑크 노래가 나왔다. 지금도 아쉽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날 강채영은 <한겨레>에 30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에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태극전사들의 방탄소년단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17)은 “이번 올림픽에서 들을 노래는 ‘쩔어’로 정했다. 이걸 들으면 정말로 내가 ‘쩔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쩔어’는 ‘대단하다’는 뜻의 요즘 속어다. 한국 선수단 최연소 참가자인 수영의 이은지(15)도 “사실 연예인보다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역시 한 명을 뽑는다면 ‘제이홉’(방탄소년단)”이라고 밝혔다. 재일동포 출신인 유도의 김지수(21)도 “방탄소년단에 제일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체육계에 있어서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김연경(33) 등 이른바 ‘88둥이’들이 은퇴하고 이른바 제트(Z)세대가 등장하는 시기다. 양궁에서 메달을 따낸 강채영, 장민희(22), 안산(20), 김제덕(17)을 비롯해 신유빈, 이은지 등 10대 선수들도 즐비하다. 올림픽 메달을 따낸 뒤 경기장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오길 바라는 모습은 ‘국위선양’을 전면에 내세웠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새롭게 등장한 세대가, 새로운 올림픽 풍경을 만들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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