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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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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1호공약 "지대개혁으로 불로소득 환수"…전문가 “반시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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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1호 공약인 '지대개혁'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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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23일 1호 공약으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통한 ‘지대 개혁’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추 전 장관은 “양극화와 불평등, 2030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문제의 중심에 부동산 문제가 있다”며 “땀이 존중받던 사회가 투기로 대박을 노리는 지대추구 사회로 변질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1950년 시행한 농지개혁을 거론했다. 그는 “해방 후 농지개혁을 단행해 대지주의 나라를 단번에 평등한 소농의 나라로 변신시켰다”며 “수십 년이 지나는 사이에 투기꾼, 정치인, 고위 관료, 대기업 관계자 등 신흥 지주층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의 지대 개혁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 불로소득을 차단하고 환수해 국민에게 나눠주는 게 요체이다. 그는 “2018년 기준 부동산 가액 대비 보유세액은 0.16%인데 0.5%까지 올리겠다”며 “이는 노무현 정부 때 야당 한나라당이 제시했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토지 소유자에게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고 그 세수 증가분을 모든 국민에게 사회적 배당금으로 똑같이 배분하겠다”며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모든 국민이 국토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공급 문제에 대해선 “현재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면 실소유자가 아닌 투기 세력에게 대부분 흡수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가 먼저다”고 말했다.

지대개혁론은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지만 추 전 장관이 2017년부터 띄워온 부동산 정책이다. 그는 2017년 당 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때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를 인용하며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지면 임금과 이자는 늘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큰 호응은 없었다.

같은 해 추 전 장관은 직접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 토론회를 열어 지대개혁을 가속화하려 했다. 당 대표가 토론회를 직접 주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토론회에서 자신의 자녀 사례를 꺼내 “아이가 본인이 모은 돈으로 창업을 했지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빚쟁이가 됐다”며 “이때 우리 사회의 많은 모순을 알게됐다”고 지대개혁론자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개인적인 행사일 뿐 당론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렇게 민주당에서도 외면 받던 추 전 대표의 '지대개혁'구상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리면서 힘을 받게 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2일 보유세에 대해 “징벌적 수준으로 매겨서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이걸 전부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둬들인 세금을 이 지사는 기본소득으로, 추 전 대표는 토지 배당으로 나눠준다는 것만 빼고는 사실상 같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추 전 대표의 토지공개념 강화 주장은 이낙연 전 대표가 주장하는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개발이익환수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의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권 교수는 “이미 헌법에 있고 토지수용 등으로 시행 중인 토지공개념을 개헌과 입법을 통해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에 담긴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이 지나치게 반시장주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못 잡은 건 시장을 무시했기 때문인데 그걸 더 심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장은 부자의 부동산을 빼앗아 서민에게 나눠줄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가 줄고 경기가 침체되면 피해를 더 크게 받는 건 결국 서민”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징벌적 조세를 하면 조세 저항이 극심할 것”이라며 “이걸 강제로 밀어붙였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도 비용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에선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야당 대선 주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당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다수 국민의 박탈감을 자극해 편 가르기를 하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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