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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시민단체 "게임 '셧다운제' 폐지 아닌 대책을 강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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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이들의 균형잡힌 성장과 건전한 게임이용환경 조성을 위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22일 “아동청소년의 건강권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셧다운제 폐지가 아닌, 체계적인 대책을 강화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15세 이하 청소년의 심야시간(자정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한 일명 ‘셧다운제도’를 폐지하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셧다운제도를 폐지하려는 시도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에 함께 해주기를 촉구했다. 또한 셧다운제도 폐지를 계속 주장한다면, 이후 우리 아이들에게 나타날 부정적 결과에 대한 무한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1.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하여 세계 아동청소년 건강분야 전문가들과 학계가 아이들의 과도한 디지털미디어 이용과 이로 인한 다양한 위험을 우려하고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이 게임을 통한 소통이 늘어났고, K콘텐츠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게임 & IT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여 ‘셧다운제도폐지’를 시도하는 일부 정치권과 정부부처, 관련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개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2. PC가 아닌 모바일로 게임과 인터넷사용패턴이 변화했다면, 이는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모바일을 통한 게임과 디지털미디어 과사용 예방책을 마련해서 해결할 일이다. 또한 지난 10여년간 이미 법에 규정된 게임이용시간 부모선택제의 구체적 시행은 외면해오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게임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니, 그냥 셧다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국가가 앞장서 포기해버리자는 것이다.

3. 셧다운제도는 성장발달의 매우 민감한 시기인 15세 이하 아동 청소년들이 절대적인 수면시간 확보를 통해 건강과 성장, 그리고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취지로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게임업계의 헌법소원에 대해 2014년 4월 24일 셧다운제도의 합헌을 결정하여, 아동청소년 보호의 가치가 기업의 이익추구 가치보다 우선함을 확인하고 셧다운제도의 합법성을 인증한 바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생명권이며 기본적인 인권인 ‘수면권 보장’은 절대적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상행위를 최소한으로 규제하는 것은 게임뿐만이 아니다. 같은 취지로 학원교습소, 노래방 등에도 심야시간 셧다운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셧다운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4. 셧다운제도는 2011년 입법당시 80% 이상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찬성하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부가 합의하여 정부입법으로 제정하여 시행하는 제도이다.

셧다운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입법의 필요성으로 제시되었던 이유와 취지에 변화가 있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학부모와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건강한 발달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심야시간 절대적 수면권을 확보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행을 유예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에도 이를 조속히 확대 적용해야 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전체 청소년 연령층에서 게임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 동영상, 온라인도박 등 여타 디지털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의 마련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셧다운제도는 더 보완하고 강화해야한다.

5. 셧다운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아래의 이유들이 설득력이 없다.

첫째, 학부모의 자율권, 선택권을 주기 위해 셧다운제도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논리대로라면, 15세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가 자기 자식을 밤 12시 이후에 게임을 시키고 싶은데, 셧다운제도 때문에 부모의 선택권을 박탈당했으며, 심야시간에 잠을 재우지 않고 게임을 시켜야겠으니 부모의 자율권을 보장해 달라는 말이다. 만일 이렇게 주장하는 부모가 있다면,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 행위이다. 이미 셧다운제도 하에서도 게임은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제한 없이 선택하여 할 수 있다. 특히 자녀가 16세가 넘었다면 밤12시부터 새벽 6시까지도 제한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 무엇이 규제이고, 무엇이 부모의 자율권 침해이며, 부모 선택권이 왜 없다는 것인가?

둘째,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이 게임회사의 입장으로 인해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 셧다운제도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비롯하여 게임 산업이 셧다운제도라는 규제 때문에 성장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노골적이고 천박한 상업주의일 뿐이다. 이러한 주장은 ‘15세 이하 아동 청소년이 밤12시부터 새벽6시까지 잠을 자기 위해 잠시 게임을 쉬게 되면 게임회사가 망할 수밖에 없으니, 혹은 16세 미만 아동청소년들이 아침 6시부터 밤12시까지 18시간만 게임을 하게 되면 게임회사가 살 수 없으니, 셧다운제도를 폐지하여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도 잠을 줄여서라도 게임을 해라. 그래야 게임 산업이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른으로서 아이들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이 정녕 아동청소년의 부역없이는 살아남지 못할 만큼 경쟁력이 낮다고 보는 것인가?

셋째, ‘셧다운제도가 효과가 없으니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오류이자 모순된 주장이다. 셧다운제도의 효과는 15세 이하의 아동청소년들의 수면권이 입법취지대로 확보되었는가가 효과의 척도이다. 효과가 없으니 폐지하라고 주장하려면, 폐지 이후 어떻게 수면권이 보장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만약 셧다운제도가 수면권 보장의 입법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찾아서 보완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폐지를 논하는 이들이 말하는 셧다운제도의 효과에 관한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문화관광체육부와 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만 9세에서 14세 연령의 게임 이용시간대가 ‘밤10시~아침6시’인 경우는 셧다운제도 시행 이전인 2011년 10.2%에서 법 시행 이후인 2012년 1.5%로 대폭 감소하였다. 실제 감소율이 무려 85.3%에 이른다. 효과가 매우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셧다운제도의 적용연령을 19세 미만 청소년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하는 강력한 근거를 제공한다.

6. 셧다운제는 게임과 게임산업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게임업계의 과도한 상업주의로부터 게임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적조처이다. 셧다운제는 심각하고 지나친 게임이용패턴을 보이던 아동청소년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시민사회와 국가의 최소한의 반응의 결과로 생긴 제도이다.

과거부터 게임업계는 이러한 사건사고에 대하여, 취약한 게임소비자보호라는 책임을 회피한 채, 현재도 사행성랜덤아이템 등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듯 지나친 상업주의야말로 게임과 게임산업의 가치를 좀먹는 일이다. 일부 시간대에 일부 연령층의 수면권보장을 위한 최소한 영업제한조치 성격을 가지는 셧다운제도가 게임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게임업계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7. 차제에 포스트 코로나 온택트 시대가 ‘지속가능디지털사회’로 발전해 나기기 위해 ‘디지털미디어소비자보호’와 ‘바람직한 게임업계의 사회적책임’ 등을 논하는 논의체계를 만들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의 놀 권리, 신체활동의 권리,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침해받고 있음’을 우려함과 동시에, 과도하고 불균형적으로 늘어난 디지털미디어활동이 정신행동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실제 국내 조사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 정도, 게임이용시간과 과사용정도, 우울과 자살사고의 심각도 증가 등 정신건강문제가 악화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셧다운제도의 폐지를 주장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피로도 시스템, 쿨링오프 시스템, 부모에 대한 미성년자녀 스크린타임 의무고지제, 과사용자에 대한 업계의 모니터링과 주의정보 제공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장치의 도입을 논의해야할 때이다.

나아가, 차제에 게임 등 디지털미디어 과사용으로 인한 정신건강과 발달의 영향,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와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합리적인 제도, 과사용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예방, 치료, 보호 서비스 인프라 확대와 제공전략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체계적 논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복지 관련 전문학회·협회

대한예방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보건협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중독포럼,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중독재단,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특임위원회, 알코올과 건강행동학회, 한국중독관리센터협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 한국중독전문가협회

■시민사회단체·청소년 관련 기관

한국소비자연맹, 좋은교사운동, 깨끗한미디어를위한 교사운동, 아이건강국민연대, 인터넷스마트폰과의존예방 시민연대, (사)놀이미디어교육센터, 탁틴내일, (사)청소년과 가족의 좋은친구들, 성장학교 별, 청년성장학교 별, 쉼이 있는 교육포럼, (사)복지와사람들 중독예방연구소, (사)한국사이버감시단, 경기여성단체연합, (사)청소년건강활동진흥재단, 심리상담센터 감사와기쁨, 경기탁틴,(사)1318상상발전소,청소년들이만드는안전한세상, 안산시여자단기쉼터, 쉼이있는교육포럼, 용산교육복지센터, 도봉교육복지센터, 강남교육복지센터, 구로교육복지센터, 금천교육복지센터, 종로교육복지센터, 중구교육복지센터, 광진교육복지센터, 강서교육복지센터, 마포교육복지센터, 은평교육복지센터, 성북교육복지센터, 동대문교육복지센터, 노원교육복지센터, 동작교육복지센터, 성동교육복지센터, 서대문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녹번종합사회복지관, (사)해상수난SAR협회, 구세군지역아동복지센터, 구세군서울후생원, 홍은종합사회복지관, 마포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홍은청소년문화의집, 홍은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그룹홈 한.울.타.리, 수원시 청소년성문화센터, 경기북부 청소년성문화센터, 용인청소년성문화센터, 부천시 청소년성문화센터, 화성시 청소년성문환센터, 경기도 청소년성문화센터, 안양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전주시 청소년성문화센터

■개인

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교육협력복지과 전미경, 임복예 교육복지조정자, 교원대학교 교수 김성천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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