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세계 속 한류

“BTS 티켓팅 성공, 백신은 실패” K-효도 좌절된 1020 분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5일 대전의 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지껏 BTS 콘서트 티켓팅도 다 성공했는데 백신 예약을 실패하네.”

지난 20일 50~52세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열리자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류의 글의 쇄도했다. 이날 오후 8시 예약이 시작된 직후 2시간여 동안 게시판에는 2~3분 주기로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다’거나 ‘겨우 성공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 사용이 미숙한 부모를 대신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예약하려는 청년들의 반응이었다. 예약 사이트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접속이 어려워지면서 ‘백신 예약이 K-효도’라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이은 서버 먹통에 좌절…“수강 신청보다 치열”



중앙일보

20일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백신'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 '에브리타임'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2일 50대 연령층 백신 접종 사전예약이 시작된 이후 사이트 ‘먹통’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 대신 예약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53세 어머니의 접종 예약을 도왔다는 대학생 임규원(24)씨는 “집에 있는 컴퓨터 2대와 스마트폰까지 총동원했는데 2시간 넘게 시도하다가 부모님이 먼저 포기하셨다”며 “대기인원 10만 명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는데 오류 창이 뜨는 걸 보고 좌절했다”고 말했다.

예약 사이트 동시 접속자 폭증으로 오류가 계속되자 이를 대학교 수강 신청에 빗대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인기 과목 수강 신청을 할 때도 이 정도로 치열하진 않았다”며 "'예약 성공하려면 PC방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에 횡행하는 꼼수…"정부 책임" 지적도



중앙일보

21일 수능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과 교직원들이 대전 중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뒤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가 공유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우회 사이트로 접속하면 서버가 열리기 전에 예약할 수 있다'거나 '스마트폰 비행기 모드를 켰다가 끄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대학생 김모씨도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우리 부모님만큼 백신 접종이 절박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편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며 "시스템을 허술하게 구축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접종 예약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해명을 내놨다. 정우진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약 대상자보다 대기자 수가 많았던 원인에 대해 분석 또는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중접속 제어 기관과 협의해 우회경로 접속 유형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8월 대규모 사전예약…"시스템 보강해야"



중앙일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화면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약 사이트 먹통과 접속 지연이 이어지면서 당국의 안정적인 시스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8월 시작될 40대 이하 대상 대규모 사전예약이 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질병청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테스트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40대 이하 예약 전까지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선착순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과열 경쟁을 초래한 정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를 선호하는 국민이 많은 만큼 이번 문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정부가 연장자순으로 날짜를 배정해서 접종 일정을 짜면 해결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