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모두 갈등 언급 피하며 대화 의지 피력…미국은 '반중' 협력 주문
정상회담 노력은 계속…최종건 "이 국면 지나면 한일협력 가속"
한미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주한 일본 외교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이가 더 틀어졌지만 미국과 함께한 자리에선 3국 협력을 강조하며 갈등이 부각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일 모두 북핵 문제 등 공통 관심사를 두고 협력할 필요가 있는 데다 두 나라를 '반중 연대'의 핵심축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입장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1일 도쿄에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열어 북핵 문제와 지역·글로벌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막말 파문'과 한일정상회담 불발로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일 외교 고위당국자가 만나는 만큼 이목이 쏠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기회가 될 때마다 한미일 3국 협력을 주문해온 미국이 우려 등 모종의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이었다.
그러나 3국 차관들은 협의회를 마치고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소마 공사의 막말 등 한일갈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자제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최 차관은 한미일 차관협의회가 2017년 이후 4년 만에 복원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의미 있는 질문이지만 오늘은 매우 좋은 날이다. 지금 이 시기에는 상호 공통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을 만들어내기 위해 양측의 외교당국이 만들어놓은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진전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의 일"이라며 "방향성은 매우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어려운 시기에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감명 깊게 보고 있다면서 "성공적 개최를 한미일이 다 같이 바라고 있는 바 이 국면이 어느 정도 지나면 한일, 한미일 3국 협력은 좀 더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언하는 최종건 차관 |
일본도 민감한 현안 언급을 자제하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모리 차관은 3국 협력을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이날 자메이카에서 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일한(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 생각은 일본, 한국 사이에 공통돼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대화 의지를 강조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소마 공사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고 수출규제 등 현안 논의가 진전되면 정상회담 개최 논의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일 양국이 이처럼 소통을 강조한 데에는 양국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미국 앞에서 계속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득 될 게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셔먼 부장관은 한일갈등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3국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가들이 미국의 이해에 반하거나 파트너와 동맹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우리는 대응할 것이며 국제 평화, 안정, 번영을 유지하는 규범과 제도를 지키고 강화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국 차관이 남중국해의 항행 및 비행의 자유,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에 대한 공동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한일 어느 한쪽 편을 들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행보에 방해가 될 정도로 냉각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한일이)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다루는 동안에도 공동의 지역적, 국제적 우선순위에 관한 협력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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