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미션 투 댄스’로 새로운 역사
그룹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수어 안무. 빅히트 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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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향해 ‘평화’ ‘춤추다’ ‘즐겁다’ 수어로 표현 진정성 잘 전달
마이클 잭슨 ‘힐 더 월드’ 같은 영향력…“당분간 강세 보일 가능성”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로 또 빌보드를 석권했다. ‘퍼미션 투 댄스’는 19일(현지시간)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 100’에 데뷔하자마자 1위에 올랐다. 지난주까지 7주간 차트 1위를 지킨 곡도 BTS의 노래인 ‘버터(Butter)’였다. ‘버터’의 1위 자리를 물려받은 ‘퍼미션 투 댄스’가 ‘버터’에 버금가는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퍼미션 투 댄스’의 성공은 여러 지점에서 BTS에 의미가 깊다. BTS의 지위가 ‘K팝 아이돌’을 넘어서 팝스타의 반열로 확장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특히 ‘비주류의 주류화’라는 시사점을 주목할 만하다. ‘흙수저 아이돌’이었다고 자신들을 소개하는 BTS는 한국 시장에서도, 해외 시장에서도 비주류로 시작했다. BTS는 소수자들의 마음을 꾸준히 두드려 온 비주류였다. 그런 BTS가 ‘퍼미션 투 댄스’에서 소수자들의 언어인 수어(手語)로 안무를 선보였고, 이 곡으로 주류 시장의 1위 자리를 굳혔다는 점에서 특히 평가할 만하다.
BTS와 소수자 간 연대는 오래되었다. 일단 그들 자신이 소수자 정체성을 지녔다. 대형 기획사를 통해 데뷔한 것도 아니고, 미국 시장에서는 유색인종 아티스트라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BTS는 소수자를 향해 계속 팔을 벌렸다. 리더 RM이 청각장애 학생들의 음악 교육에 써 달라며 1억원을 쾌척한 것, 흑인 인권 운동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 당시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100만달러를 기부한 것,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범죄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 성소수자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 것 등이 잘 알려져 있다.
BTS는 ‘퍼미션 투 댄스’에서는 ‘평화’ ‘춤추다’ ‘즐겁다’ 세 가지 의미를 담은 국제 수어를 안무에 활용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은 얼굴로 화답했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감사의 글을 올렸다. 청각장애인 유튜버 ‘하개월’은 영상에서 “BTS 영상을 보다 보면 수어를 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며 “(수어를 할 때) 표정을 짓는 것도 중요한데 즐거운 표정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반겼다.
물론 강력한 팬덤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고, ‘소수자’ 키워드가 곧 1위의 비결이라고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소수자들에게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빅히트 측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국제 수어 퍼포먼스를 기획했다”면서 “즐겁다·춤추다·평화 등과 같은 대표 단어를 정한 후 안무로 표현했고,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여러 차례 논의하며 메시지가 잘 전달되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퍼미션 투 댄스’는 BTS에는 또 한 번의 유의미한 도약이기도 하다. 그동안 제1세계 주류 팝스타들이 전유하던 평화·연대·공감·사랑 등 ‘긍정적’ 메시지의 화자 역할을 BTS가 하게 된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음악에서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팝스타의 역할이 항상 필요하고, 이는 제1세계 영미권 아티스트들에게 한정돼 있었는데 이게 BTS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도 “ ‘퍼미션 투 댄스’는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처럼 메시지에 방점을 두고 긍정적 영향력을 보이려 한 곡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미국 팝가수들이 했던 몫을 한국 출신 아티스트가 가져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BTS의 ‘소수자’ 키워드에 대해 “사회에 억지로 기울이는 관심이 아니라 이들이 직접 느낀 사회 불합리에 연대를 통해 승리하려는 진정성이 표현됐다”며 “ ‘BTS 서사’의 연장선이고, 이런 것이 소수자를 향한 관심과 배려로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퍼미션 투 댄스’가 새로 써나갈 기록이 관심거리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주류 팝스타로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 곡인 데다 최근 빌보드에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한동안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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