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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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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의 촉]안철수를 기다리는 세 가지 길, 어떤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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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 승리 이끌며 기세 올렸으나 통합 논의에 묻혀

국민의힘-국민의당 통합 논의 더뎌, 정치 전면 등장 못해

합당 후 경선 참여·제3지대 역할론·국민의당 후보로 출마

출렁이는 윤석열 최재형 지지율 정립되면 기회 생길 수도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승리를 이끌며 한껏 기세를 올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들어 눈에 띄지 않는다. 야권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에 언론이 주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더욱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안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도 안 대표는 저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지난 2011년 대한민국을 흔든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주도했고 이후 자신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을 통해 2014년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안 대표는 또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 38명의 의원을 배출하며 거대 양당구조를 혁파했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해 3위에 그쳤지만 21.41%의 득표율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부터는 좌절의 연속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 합당을 추진했으나 당내 내홍으로 당이 둘로 쪼개졌고 통합 정당인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 때문에 한 동안 해외에서 머물며 정치를 떠나 있었다. 총선을 앞둔 2020년초 복귀했으나 바른미래당의 진로를 놓고 손학규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다시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으나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3명만 배출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양당 협상단 20일 만나, 안 대표 대선후보 적합도 2% 안팎

한국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안 대표가 이번에는 어떤 길을 선택할까. 크게 선택지는 세 가지다. 우선 국민의힘과의 합당 논의에 속도를 내 통합을 완료하고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는 길이다. 범보수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찬 후 여당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고 별러 온 안 대표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하고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선택지다.

양당 통합 실무협상단이 20일 만난다. 지난주 협상에서 국민의당이 제안한 당헌·당규와 정강 정책에 대한 국민의힘의 검토 내용을 전달하고 절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오늘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통합 협상이 8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당은 의원 3명을 가지고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중도적 이미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이 되긴 될 것이다. 당명 개정 얘기도 있지만 본질은 지분 싸움”이라며 “안 대표가 큰 정당에 들어가야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지율이 문제다.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안 대표는 2.2%에 불과했다. 전주와 비교해서도 거의 변동이 없었고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도 5.0%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29.1% 홍준표 의원 12.0%, 최 전 원장 9.0%, 유승민 전 의원은 8.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 같은 지지율 추이가 이어지면 국민의힘과 통합을 하더라도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통합 과정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한다고 해도,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이뤄지는 경선 특성상 당내 지분을 제대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이데일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종로구 한 중국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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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동연 대선플랫폼 역할도, 독자 출마시 5% 득표 가능

그렇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거대 여야 정당이 아닌 제3지대에 남아 윤 전 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정치신인들의 대선 플랫폼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윤 전 총장과 회동 후 “서로에 대해 이해 폭을 넓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고 정치적, 정책적 연대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바깥에 머물면서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국민들을 묶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고민중인 윤 전 총장 입장에서도 국민의당을 활용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 김 전 부총리와 경선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제3지대에서 정권교체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시도는 해볼 수 있는데, 윤 전 총장이 매력적인 카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지지율이 낮은 곳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는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거다. 안 대표가 독자 출마 후 정권교체 대의명분 아래 국민의힘 등 후보들과 단일화를 성사시켜 야권의 승리에 일조하는 길이다. 보수와 진보간 진영대결로 치러질 대선에서 안 대표가 가진 지지율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단기필마였던 유승민 심상정 후보는 각각 6.76%, 6.17%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번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졌던 2017년 대선과 다르다고 하지만, 안 대표가 출마하면 5% 안팎의 득표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막판에 이 표를 보수 단일후보에게 몰아주면 야권의 승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의 지지율 20%대가 깨졌다. 당 밖에 있는 후보는 한번 밀리면 걷잡을 수 없다. 반기문 고건이 다 그랬다. 내달이면 윤 전 총장의 거취가 결론 날 것”이라며 “최 전 원장도 지지율 10%대로 올리지 못하면 힘들다. 그때 안 대표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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