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해법 이견 끝내 못좁혀…수출규제 철회 등 성과 불투명
방일 반대여론 가운데 '막말 파동'까지…임기내 반전 어려울듯
발언하는 문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끝내 방일 카드를 접었다.
현시점에서의 방일은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
◇ 과거사 해법 평행선…소마 부적절 발언으로 여론 악화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동안 '정상회담 성사 및 실질적 성과'를 방일의 조건으로 내걸고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 실무협상을 벌였다.
외교가에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문제삼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철회를 포함,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청와대가 요구했지만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일본에 가서 '빈손 회담'만 하고 돌아올 경우 한일관계의 주도권을 일본에 넘겨줄 우려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으로 풀이된다.
국내 여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에 따르면 60.2%가 문 대통령의 방일에 반대했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성적(性的)인 표현을 동원해 폄훼하는 등 막판에 터진 돌발 악재는 방일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꼽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정상회담에 회의적인 쪽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소마 공사의 즉각적인 경질을 요청했으나 일본에서 이를 확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내를 비우는 것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일관계 커지는 우려…"사안별 분리해 해법 모색" (CG) |
◇ 경색 장기화…문 대통령 임기 내 반전도 쉽지 않아
이번 결정으로 한일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전망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양국 관계를 풀어내는 데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그나마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히지만, 두 정상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물론 이번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얼굴을 마주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더해 일본 방위백서에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국민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건들만 계속되는 형국이다.
앞으로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일본 역시 가을 총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갈수록 상대국에 약한 모습은 노출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결국 당분간 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첫 대면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못할 공산이 크고, 자연스레 양국의 경색 관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정상 간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 2019년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이후 1년 7개월간 성사되지 못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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