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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금감원의 잇단 ‘공모주 대어’ 증권신고서 퇴짜에 내심 웃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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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가 번거로울 수 있겠으나, 직접 돈을 넣어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개인 입장에서는 그들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정정 과정에서 공모가를 내리면 첫날에 호응할 가능성도 커져 ‘일석이조’죠.”(30대 직장인 심모씨)

에스디바이오센서부터 크래프톤·카카오페이에 이르기까지 공모 규모 1조원 이상의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 증권신고서가 연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 이후 줄줄이 공모가가 하향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당국의 공모가 개입 논란이 일고 있지만, 공모주 투자를 계획했던 투자자들은 내심 웃는 분위기다.

◇ 카카오페이, 에스디바이오센서·크래프톤 행보 잇나

19일 금융투자업계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6일 카카오페이가 지난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 정정 요구로 오는 8월 초가 목표였던 카카오페이 상장 일정은 약 2주간 미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근거로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22조에서는 증권신고가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의 기재,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정정신고서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정정신고서를 내며 공모가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사유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공모가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영역을 지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비교기업과의 실적 차이 등으로 공모가 산정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명시적이진 않지만, 공모가 하향 압박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20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을 비교기업으로 제시했다. 카카오페이 매출액은 1071억원이지만 페이팔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60억3300만달러(6조8534원)에 이른다. 또 다른 비교기업으로 제시한 핀테크 솔루션 업체 스퀘어의 매출도 5조7000억원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와 비교해서 50~6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카카오페이가 정량적인 가치 평가가 어려운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라는 점도 공모가 하향에 한몫할 수 있다.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카카오페이보다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던 IPO 대어들이 연이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요청을 받아 공모가를 낮췄다. 지난 16일 상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 희망 밴드를 기존보다 약 30% 낮춰 잡았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크래프톤도 한 차례 정정 요청을 받고 공모가를 10%가량 내렸다.

조선비즈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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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은 ‘과도한 개입’이라지만 투자자는 ‘함박웃음’

일각에서는 시장 몫인 공모가 결정과 기업 가치 평가에 금융당국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공모가 하향에 반색하고 있다. 공모가가 내려가면 적은 금액으로도 보다 많은 물량 청약을 넣을 수 있을뿐더러 수요예측 흥행은 물론 첫날 주가 상승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기관투자자 경쟁률 1143.76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해 공모가 밴드 상단인 5만2000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또 최근 주목받은 공모주들이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두배로 정해진 뒤, 상한가)’은커녕 죽을 쑨 것과는 달리 상장 첫날 7% 상승하며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공모가보다는 17% 높은 수준이다.

14일부터 27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크래프톤도 예정된 공모 물량의 수십 배에 달하는 해외 기관투자자 주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크래프톤 몸값이 낮아진 덕분에 기관 투심이 고조됐다고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 소모(30)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산정한 기업 가치가 깎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IPO 유행으로 공모가 자체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높은 공모가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걱정돼 투자를 꺼리는 개인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가격 하향은 반길만할 일”이라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윤모씨는 “지난해부터 IPO 열풍을 타고 공모가가 밴드 상단으로 결정되는 일이 많은데, 올해도 대어급 IPO는 공모가 밴드부터 너무 높게 부르는 감이 있었다”라며 “크래프톤의 경우 처음 나온 희망 공모밴드(45만8000원~55만7000원)가 매우 비싸 공모주 투자를 망설였지만, 지금은 5만원 정도 내려가 도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과 기업이 예상했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과 공모가보다 정정된 공모가가 훨씬 낮아지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물량을 받기 위해 모두 공모가 밴드 상단에 베팅하자 금융당국이 원하는 수준만큼 공모가가 내려가지 않기도 하는 탓이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모두 상단에 베팅하는 결과가 생겨 사실상 수요예측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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