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지팡이에 입을 맞추는 전예성. |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18일 한국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전예성(20)은 '자신감'을 무명 반란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전예성은 신인이던 지난해 상금랭킹 61위로 시드를 잃었고, 시드전을 치러 복귀한 올해도 이 대회에 앞서 4번밖에 컷을 통과하지 못해 상금랭킹 79위로 부진했다.
예상을 깨고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나선 데 이어 이날 최종일에도 치열한 우승 각축전에서 살아남아 연장전에서 허다빈(23)을 제친 전예성은 "이 대회 직전 대회에서 컷 탈락하고선 부모님과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자는 큰 목표를 세웠다"고 깜짝 고백했다.
그는 "이번 시즌 들어 아이언을 바꿨다가 부진했다. 다시 원래 쓰던 아이언으로 복귀했는데 큰 실수가 없었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플레이한 게 우승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부진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전예성은 전날 3라운드에서 8언더파를 몰아치고서는 "친한 동료 선수 김희지가 '아무 생각 말고 핀으로 공을 보낸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해준 대로 했더니 결과가 좋았다"고 자신 있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앞으로도 전예성은 '겁 없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2년 시드권을 확보했으니 앞으로 겁먹지 않고 항상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전예성은 "작년에 215야드이던 비거리가 올해는 240야드 이상이다. 다만 페어웨이 안착률이 떨어져 정확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최종 라운드 내내 전예성은 리더보드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홀에서 연장전 가는 것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파퍼트 넣어도 반응들이 없길래 2등한 줄 알았다. 연장전을 간다고 해서 놀랐다"며 웃었다.
전예성은 가족의 응원과 격려에 각별히 감사의 뜻을 밝혔다.
다섯 남매의 둘째인 전예성은 "대회 전에 동생들이 잘 치라고 항상 응원해준다. 그리고 컷 탈락을 할 때도 응원해주는 동생들 덕에 큰 위로가 됐다"면서 "늘 대회장에 나와서 응원해주시는 아버지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아버지 얘기만 했는데 올 시즌은 어머니의 힘이 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경기력이 한층 향상된 것도 아버지가 집에 골프 연습 시설을 지어준 덕분이라고 전예성은 밝혔다.
"코로나19 때문에 전지 훈련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집과 같이 있는 회사 창고에 아버지가 스튜디오를 만들어 주셨다. 지난겨울 그곳에서 스윙을 더 교정했고, 개인 운동도 하면서 비거리를 늘렸다"고 전예성은 말했다.
식구가 많아서 돈을 벌면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데 보태고 싶었다는 전예성은 "막상 우승하고 나니 아무 데도 (이사) 못 갈 것 같다. 동생들과 맛있는 거 사먹겠다"고 말했다.
전예성은 "시즌 시작 전에는 1승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목표를 이뤘기에 2승, 3승을 넘어 할 수 있는 데까지 우승해보고 싶다. 항상 노력하고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 대신 분홍색 망토에 왕관을 쓰고 여왕의 지팡이(셉터)를 받은 전예성은 "일부러 대회 메인 컬러인 분홍색에 맞춰 경기복을 골랐다"면서 "트로피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왕관과 셉터가 마음에 들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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