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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출신 인플루언서의 투자 조언…"주식 초보는 ETF부터"

매일경제 황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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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출신 인플루언서의 투자 조언…"주식 초보는 ETF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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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민 기자의 '더 인플루언서'] 팬데믹과 함께 투자 관련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발 주식 초심자의 행운이 끝났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와 관련해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립하는 가운데 정보의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호황기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등장한 수많은 주식·투자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정확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전문가 출신 투자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높아진 이유다. 주식 매수 열풍이 불면서 주식 투자 관련 도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데. 이 시장은 '투자 고수'로 불리는 전문가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고수들은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수록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늘 소개할 인플루언서 '챔(본명 최민)'은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 인플루언서다. 최씨는 카이스트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신한금융투자에서 퀀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베스트 애널리스트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에는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KDMS)에서 금융빅데이터 연구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전문가다. 그는 유튜브 채널 '챔CHAM, 돈 공부방'을 개설해 재테크 관련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10만명의 열성 구독자를 모았다. 실전 업무 경험을 토대로 한 그의 강의는 유튜브에서 400만이 넘는 조회수로 연결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최씨는 최근 '더인플루언서' 인터뷰에서 '묻지마 투자'에서 '공부하는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건 맞는데,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큰일난다"면서 "돈 관리의 시작은 내 목표를 아는 것이며, 돈 관리의 끝은 제대로 된 방법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 인플루언서 최민(챔)씨. 그동안 공부해온 재테크 관련 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유튜브 채널 `챔CHAM, 돈 공부방`을 개설했고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카이스트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챔 제공

애널리스트 출신 투자 인플루언서 최민(챔)씨. 그동안 공부해온 재테크 관련 지식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유튜브 채널 `챔CHAM, 돈 공부방`을 개설했고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카이스트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진=챔 제공


-유튜브에서 투자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챔cham이라는 이름으로 투자 인플루언서로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민입니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서 퀀트 RA를 거쳐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퇴사하고 현재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금융시장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연구를 하면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주식을 비롯한 ETF, 부동산, 코인 등 다양한 투자처에 관심이 많고 이런 투자에 대한 덕심과 덕력을 영상 콘텐츠로, 책으로, 때론 대학원에서 쓰고 있는 논문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투자에 입문하시게 되었나요.


▷대학 시절, 취업을 위해 금융학회 활동을 하거나 모의투자도 해보면서 조금씩 투자를 시작했고 증권사 취업을 하면서는 자연스레 본업과 취미가 모두 투자 공부가 되었어요. '내가 제대로 알고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자'라고 생각해서, 살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ETF, 퇴직연금, 청약 및 부동산 코인 같은 여러 투자 자산들을 넓게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사업자와 관련한 세금 공부에도 살짝 발을 담가봤고, 부동산 중에서도 상가나 재건축아파트는 또 중요한 요소가 달라서 그런 분야에도 막 입문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추천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코인 투자에 대한 우려도 높습니다. 바람직한 투자 자세가 무엇일까요. 특히 젊은 세대들이 투자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저는 모든 사람이 주식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느 투자처나 마찬가지지만 공부하느라 드는 시간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고, 그렇게 투자를 해도 내 맘처럼 수익률이 좋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식을 한번 시작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부동산에 비해 소액으로도 접근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고, 직접 투자해서 내 돈을 담그기 전에는 주식 투자가 나와 잘 맞는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자산 규모가 커지면 결국에 이 돈을 예적금이 아닌 주식, ETF, 부동산 등 여러 곳에 배분해서 굴려야 합니다.


500만원을 주식으로 못 굴리는 사람이 자산이 쌓인 뒤 5억원을 잘 굴릴 수 있을까요? 주식 투자를 해본 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른 방법들을 찾아나가는 거예요. ETF, 펀드 같은 간접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금을 굴릴 수도 있고, 차라리 어떤 분은 투자 공부보다는 기가 막히게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있어 이를 활용한 투잡 등을 해서 추가 수입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나을 수 있죠. 그리고 주식을 시작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소액으로 출발해, 차츰 시드를 늘려가며 본인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투자자들이 특히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테슬라와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를 말하면서 거품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팩트체크를 해보면, 2020년 이후 테슬라와 비트코인 일간 수익률의 상관계수는 0.25예요. 유의미한 수준의 양의 상관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최근에 체감상 일론 머스크 트윗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널뛰기하는 모습이 나오다 보니, 저런 얘기가 나온 것 같아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고, 미래의 기대감을 반영해서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는데. 영원히 상승만 하는 자산은 없잖아요. 버블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되겠죠.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에서 눈여겨보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재벌기업, 복합기업 형태라 분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 해외는 아마존은 인터넷쇼핑 플랫폼, 테슬라는 전기차 이런 식으로 구조가 아주 심플한 것 같습니다. 투자 분석에 있어서 각각 어떤 전략을 세우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예로 드신 지주사 같은 경우 분석이 어려우니 덤비지 말고 아예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면 되죠. 한국에만 2000개가 넘는 종목이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재무제표 보기가 편한 회사들 위주로 분석하고 투자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미국 기업은 지난 몇 년간 워낙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많이들 미국 투자를 시작하셨고,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국내 기업 분석하듯이 미국 기업을 보려면 영어 자료를 봐야 하니까 언어적인 한계도 있고, 예를 들어주신 아마존, 테슬라 같은 초대형주가 아닌 회사들은 생각보다 정보도 제한적이에요. 미국 투자 생각보다 난도가 꽤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주 안에서만 투자하려고 하고, 국내 종목에서 찾아보기 힘든 매력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투자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종목을 고르는 기준이 있으실까요.

▷보텀업으로 기업을 볼 때 해당 회사의 서비스, 제품을 구매했는가, 혹은 할 의향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에요. 최근 방송에 나오신 강방천 회장님의 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공감을 많이 했는데, 내가 지갑을 어디에 여는지를 항상 체크하라고 하시거든요. 이런 생각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 엔터사나 드라마 제작사, 새벽배송업체 등에 투자했는데 성과도 좋았고, 내 논리와 전략이 맞았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요. 근데 항상 이런 보텀업 종목 선정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니까 톱다운으로 종목을 골라낼 때도 있는데, 그때는 퀀트 기반으로 직접 만든 관심종목 모니터링 툴을 많이 활용합니다. 괜찮아 보이는 종목을 추린 후에 개별 기업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파보고 투자하기도 해요.

-ETF 등 펀드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 중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챔님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궁금합니다.

▷저는 초보·입문자분들은 주식보다 ETF 투자가 낫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분산해서 오래 가져갈 계좌들은 ETF로 투자하고 있어요. 제약이 많은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 같은 상품들요. 최근에는 비과세 혜택이 있는 중개형 ISA 계좌를 개설해서 배당주와 국내 상장 미국투자 ETF도 투자해서 가져가고 있고, 그 외에는 미국과 한국 주식을 압축해서 몇 종목만 들고 있어요.

-주식에 새로 입문하는 주린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 실제로 투자할 때는 멘탈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처음에 투자를 시작할 때는 최대 월급 정도의 금액으로 시작해 보세요. 최악의 상황에 반 토막 나는 손실이 나도, 한두 달 일해서 매꿀 수 있는 금액이면 정신줄을 잡고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거든요. 또 오답노트 하듯이 투자 후에는 이 종목에 왜 진입했었는지 투자 포인트를 돌이켜보고 손절과 익절에 대해 잘한 점이나 잘못한 점들을 생각해보면 좋아요.

-최근 재테크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이번에 출간하게 된 책은 '한 달 배워 평생 써먹는 진짜 돈 공부' 라는 책이에요.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만나고 추천을 받는 여러 금융상품들을 개괄적으로 정리하는 목적으로 썼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주변 친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이 퇴직연금 상품 어떠세요?" 같은 얘기를 들었을 때, 잘 모르는데 일단 가입하고 나중에서야 저한테 이거 뭐냐고 카톡을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자라오면서 금융상품이나 투자에 대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공부해서 내 소중한 돈을 잘 굴려보고 싶다 하는 분들을 타깃으로 준비한 재테크 입문 서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시다가 투자 인플루언서로 전향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생계형 유튜버였어요. 퇴사하고 대학원에 돌아오니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서 소일거리로 하던 주식 과외를 유튜브에 찍어서 올려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요. 유튜브를 하겠다고 퇴사한 것도 아니고, 주식과 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전에 가볍게 시작했던 채널이 운이 좋게 크게 성장해서 굉장히 구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주린이들에게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고 계십니다. 부담을 느끼시진 않나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인데, 보람을 느끼는 게 더 커요. 많은 분들이 댓글로 도움이 됐다고 해주시고 응원하는 댓글을 달아주시거든요. 구독자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원리원칙을 지키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주식, 투자 쪽은 투자 수익률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기 사건이 워낙 많잖아요. 그래서 특정 종목을 다루기보단 주식이 뭔지, 밸류에이션은 어떤 건지 개념 설명 위주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고, 이런 원칙을 쭉 지켜나가면 가늘고 길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투자 인사이트를 얻는 소스가 따로 있을까요. 따로 콘텐츠 영감을 얻는 소스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금융 인플루언서분들의 영상, 블로그, 리서치 보고서나 가끔은 논문도 찾아보고요. 제 채널 주구독자분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거나, 비유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등을 많이 고민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인플루엔서'가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잖아요. 실행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 시작할 때도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 없이 시작하기보다는 첫째, 내가 셀링(selling) 할 수 있는 유니크한 나의 콘텐츠, 이미지를 구상하고, 둘째,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 이것이 가장 잘 팔릴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번 시작하면 꾸준함이 중요하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장비 등 너무 많은 돈을 쓰지 마세요. 반응이 없어도 꾸준히 6개월 이상 일관된 이미지,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게 좋아요. 또 내가 원하는 것이 유명세인지 수익 창출인지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유명세와 부가 수익 창출은 또 다른 문제여서, 구독자 100만명의 슈퍼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확실한 타깃층을 가지고 그들의 수요를 겨냥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를 구성할 수 있다면 괜찮은 수익이 발생할 수 있어요.

-챔님의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하루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의식적인 행동들이 있을까요?

▷저는 MBTI를 해보면 다른 요소들은 바뀌는데 마지막은 항상 'J'가 나오는 통제와 계획을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매일 할 일을 관리하는 스케줄러를 체크하며 아침을 시작하고, 매월 말에는 의식처럼 가계부를 업데이트하면서 기존에 세웠던 자산 목표를 맞췄는지, 투자 상황은 어땠는지 오답노트 하듯이 리뷰를 꼭 하는 편인데요. 아무래도 투잡을 넘어서 스리잡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하루이틀이라도 업무가 늘어지면 안 되는 상황이라…. 의식적으로?강박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타이트하게 시간 계획을 하되, 일하는 장소에는 제약이 없으니 날씨가 좋으면 근처 카페 투어를 다니면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제가 연말에 엄마가 되거든요(그는 아기 태명은 따상이라고 지었다. 세상에 상장하면(태어나면) 승승장구하며 따블상한가 치라는 의미다).

거창한 목표는 없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콘텐츠를 만들고, 투자 공부를 하고, 연구도 열심히 해서 박사 졸업까지 무사히 잘 해내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금전적인 것도 따라오면 물론 좋고요. 인생의 새로운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것이니, 앞으로 우리 아이 경제 및 투자 교육 같은 주제로 제가 경험하고 공부한 것들을 공유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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