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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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세가 주춤하면서 2017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2012년 안철수 후보(현 국민의당 대표) 등 대선에서 실패한 제3지대 후보들의 사례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이들의 실패 경로를 윤 전 총장이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윤 전 검찰총장은 15일 서울 종로구 반기문재단에서 반 전 총장과 1시간 가량 대담했다. 윤 전 총장은 국가안보와 기후변화 같은 의제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취재진의 주된 관심은 반 전 총장의 대선 실패담으로 몰렸다. 윤 전 총장이 반 전 총장 사례를 ‘반면교사’ 삼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대선 당시 반 전 총장의 중도 사퇴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당시 갑작스런 사정이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외에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제2의 반기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비판은 자유니까 얼마든지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의 유력 주자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대선 출마 선언 후 급격하게 동력이 소실되면서, 결국 출마 선언 3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바른정당 입당 등을 저울질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중도 하차 순간까지 독자 후보로 남았다. 급조된 캠프 내부에서는 외교관·측근 그룹과 정치권 출신 인사들 사이 알력이 불거졌고, 공보라인에서 혼선이 빚어지며 소통 문제를 보였다. 지하철 탑승을 어려워하는 등 대선 주자로서 기본적인 준비 부족도 노출됐다.
윤 전 총장의 초반 행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나 방향성 등을 두고 윤 전 캠프 내부의 혼선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외연 확장은 강조하면서 정작 움직임은 보수 색채가 뚜렷해 혼란이 가중된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윤 전 총장 본인의 언행에서 치명적인 실수는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실수를 지나치게 두려워한 탓에 공개활동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비공개 행보가 계속되면서 ‘불통’ 논란이 불거지고,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민의힘과의 ‘밀당’에서도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확고한 지지율 기반 없이는 거대정당과의 경쟁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두고 씨름하다 결국 자진사퇴한 안철수 대표 사례가 소환된다. 안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초반 지지율 1위를 달렸지만, 결국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했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직전 단일화 방식을 택하려 한다면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답부터 찾아야 한다.
윤 전 총장도 결국 정당 기반 없는 제3지대 후보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안정지향적인 투표를 하게 마련”이라며 “반 전 총장이나 안 대표의 실패사례는 정당 없는 후보의 약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거대정당으로 표심이 쏠리는 안정지향성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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