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나가달란 말에 "장사하기 싫으냐"…욕먹는 사장님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의 한 카페. 손님 6명이 2개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마스크를 벗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직원이 뛰어와 "5인 이상이면 나가주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님들은 되레 "까다롭게 굴지 말라"며 화를 냈다. 직원 이모씨(28)는 "방역수칙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이 있어 직원들이 민감하다"며 "매일 저런 손님들이 2~3팀씩 온다"고 했다.

연일 확진자가 최다기록을 경신하면서 시행된 4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놓고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제기한다. 기존 지침에서 저녁 6시 이후 3인이상 모임 금지 등 의무가 강화됐으나 실제 단속 의무를 떠안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이 손님과의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과 업주가 수칙 위반시 받는 제재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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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나가달라'고 말하면 언성…폭행·욕설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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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테이블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14일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의 카페·식당 등 6곳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대부분이 "방역수칙을 놓고 손님들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6시 이후 3인이상 집합금지를 골자로 하는 강화된 방역수칙이 문제다. 자영업자들이 특별한 단속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손님이 거부할 경우 사실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5)는 "인근 직장인들이 보통 오후 5시나 5시 반쯤 오시는데 반주라도 한 잔씩 하시면 30분~1시간 뒤에 일어나기는 어렵다"며 "저녁 6시가 되어서 나가달라고 말하면 '장사하기 싫으냐'며 언성을 높이시는 손님들도 계시다"고 했다. 또 "손님들 보내는 것도 속이 쓰린데 손님들까지 화를 내시면 힘이 쭉 빠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와 손님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는 끊임없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창원지법은 '손소독과 방문일지를 작성해달라'는 노래주점 업주에게 폭력을 휘두른 50대가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에는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한 코인노래방에서 '마스크를 써달라'는 업주를 폭행해 전치 3주에 이르게 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식당에서는 '방역수칙에 따라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한 직원들을 손님이 '융통성이 없다'는 욕설과 함께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해당 식당을 방문했던 손님 5명이 '2명과 3명으로 나눠 앉겠다'고 말했으나 식당 측이 입장을 거부하면서 폭행이 일어났다.

폭행을 당한 직원 2명은 여전히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폭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 남성 A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끝났으며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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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것도 억울한데…위반하면 손님은 10만원, 업주는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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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거리에서 시민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6.21/사진 = 뉴스1

업소에서 지침을 위반할 경우 업주가 손님(10만원)보다 많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감염병예방법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자영업자비대위가 전국의 자영업자 15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1년 영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1379명(89.3%)가 '방역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중 과반수가 넘는 1063명(77.1%)이 '형평성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셧다운에 가까운 조치로 아무런 권한도 없는 자영업자들이 매일 저녁 6시만 되면 손님들과 방역수칙을 놓고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며 "한 번 방역수칙을 위반하면 영업이 정지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보다는 모든 피해를 떠안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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