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나흘 연속 1000명대를 돌파하면서 오는 12일부터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금지'를 골자로 하는 4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된다. 일각에서는 발표 즉시 시행하지 않고 사흘간의 유예를 둔다는 점에서 '위험한 주말'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실제 번화가를 찾는 시민들은 적었다. 종교시설도 평소보다 적은 신도들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가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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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재촉하는 시민들, 한숨 쉬는 자영업자…"IMF 이후 이런 불경기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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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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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11일 이틀간 서울 중구, 종로구, 광진구 일대의 번화가를 돌아본 결과 대부분의 거리에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종로구 대학로·광진구 건대입구도 의자·공원 등 공공시설이 폐쇄되면서 평소보다 적은 사람이 방문했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면서 한숨이 깊어졌다. 종업원들을 제외하면 내부가 텅 비어 있는 카페나 식당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10년째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53)는 "최근에 손님이 다시 늘면서 조금 숨통이 트였었는데 4단계가 발표되던 9일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IMF 때에도 다른 업종의 식당을 했었지만 이렇게까지 불경기는 처음이다"고 했다. 또 "들어온 음식 재료들을 오늘까지 다 못 팔면 모두 상해서 버려야 하는데 손해가 수십만원"이라고 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쉽게 눈에 띄었던 '턱스크'나 '노마스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도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AZ 잔여백신을 맞았다는 이모씨(34)는 "나는 괜찮아도 바깥에 오래 머물렀다가 가족들에게 옮기는 것이 두려워 빨리 돌아갈 것"이라며 집으로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종교시설을 찾는 사람들도 급격하게 줄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교회는 평소보다 절반 이상 적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배가 치러졌다. 입구에는 전신 소독기와 체온 측정기, 방문자용 QR코드가 설치돼 있었으며 '안전한 예배로 신도들의 건강을 지키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이 교회는 오는 월요일부터 모든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다.
교회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기존 방역 지침대로 예배를 진행하지만 내일(12일)이 되면 출입을 제한하고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일부 방역 위반 사례 때문에 신도들의 걱정이 많아 '4단계 거리두기' 발표 전 선제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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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으로 우려했던 사재기 없지만…"집 밖에 안 나가려고 식재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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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을 앞둔 9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재료를 고르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2021.7.9/사진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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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생필품을 구매하러 나온 시민들이 몰리면서 평소 수준의 고객을 유지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우려했던 사재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일부 마트에서는 일요일(11일)이 휴무일로 지정되면서 평소보다 많은 고객이 몰리기도 했다. 광진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주말보다 손님이 많아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손님일수록 장바구니에 담긴 생필품이 많았다. 한 60대 부부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5개들이 라면 3묶음, 2L짜리 생수 12개와 조미료를 카트에 담았다. 남편 오모씨(65)는 "확진자도 많은데다 6시 이후에 밖에 나가면 안 된다고 하니 미리미리 식재료를 사고 있다"며 "백신은 맞았지만 걱정은 여전하다"고 했다.
오는 12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 등에는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다. 수도권 소재 유흥시설은 이달 25일까지 2주 더 문을 닫아야 하며 오후 6시 이후에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사실상의 첫 '야간외출 제한' 조치다.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게 주어졌던 사적모임 인원제한 기준 제외 인센티브도 중단된다.
정부는 4단계 거리두기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이나 집합금지 조치의 영향을 받는 시설이 약 96만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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