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물리적 거리두기 상향 방침이 발표된 9일 한산한 서울 용산구의 한 PC방 모습. 반기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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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 “이제 헛웃음만 나온다”
“쇼핑몰 손님이 없으면 제 고객도 다 떨어져 나가는 거에요.” 30년 경력의 야쿠르트 매니저 김애자씨(60)는 9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적용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만 10년째 야쿠르트를 판매하고 있는 김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단골 고객 대부분을 잃었다. 폐업하고 쇼핑몰을 떠나는 상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야쿠르트 본사와 계약을 맺고 장사하는 자영업자로 판매액의 24%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파는 만큼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김씨는 “아침에 가보면 또 공실이 늘어나 있다”며 “손님이 없으니 상인이 없고, 이러니 야쿠르트를 사먹는 사람도 없다. 안 그래도 힘든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완화 예고에 매출 회복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에 매출이 줄었는데 공식적으로 거리 두기 4단계가 됐으니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광진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노용규씨(46)는 “정부가 소급 보상은 안된다고 했을 때도 ‘이제 경기가 살아나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헛웃음만 나온다”며 “이번에 국회에서 손실보상법이 통과됐다는데 어떻게 보상할 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한 PC방 운영자들은 거리 두기 상향 소식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에서 PC방 두 곳을 운영했던 김정근씨(26·가명)는 지난 5월 한 곳을 정리했다. 김씨는 “정부 지원은 받아봐야 도움이 안된다”며 “지금 필요한 건 규제 완화”라고 말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최윤선씨(46)는 “철저하게 자체 방역을 하고 있는데도 일단 단계가 올라가면 운동하러 오지 않는다”며 “애초에 코로나가 종식된 것도 아닌데 왜 완화를 운운한 건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예비 신랑신부 “청첩장 다 돌렸는데...”
예비 신랑신부들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리 두기가 강화로 친족만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족에는 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만 포함되는데 이 범주 안에서도 참석 인원이 49명을 넘어선 안 된다.
다음날 15일 결혼식을 하는 김모씨(30·여)는 웨딩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회사에 휴가를 냈고, 여름에 어울리는 문구를 고민해 적은 청첩장도 지인들에게 전달한 상태다. 김씨는 “지금 드레스를 고르러 가야 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며 “예식장에 결혼 날짜를 미룰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내년 6월까지 예약이 다 찼다고 한다”고 했다. 같은달 14일 결혼식을 하는 정은지씨(33)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친구들과 ‘청첩장 모임’을 가지려고 했는데 아예 못 만나게 생겼다”며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체하려고 한다”고 했다.
웨딩업체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성북구의 한 웨딩업체 직원 김모씨는 “다음달 결혼식이 예정된 부부들이 하나같이 걱정하는 전화를 해왔다”며 “아직은 사태를 관망하는 추세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예비 부부들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찍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물리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14일부터 여름방학 이전까지 수도권 학교는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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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이제 대면수업 적응할만 한데...”
오는 14일부터 다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수도권 학교 학생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이제 대면 수업에 적응할만 해지자 다시 집에서 ‘나홀로 수업’을 듣게 됐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강모군(16)은 “(6시 이후에 친구 1명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사는 김진호군(18)은 “학원은 계속 갈 테니 친구들을 만나려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원은 거리 두기 4단계에서도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경찰은 거리 두기 4단계 적용으로 일선 경찰서의 집합교육을 중단했다. 직원들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 간 근무를 교대할 때는 팀원들을 빼고 팀장들만 인수·인계를 한다. 또 직원들이 절반씩 번갈아 가며 유연근무를 하고, 의경들의 외출·외박도 제한한다. 회의는 10명 이상 할 수 없고, 헬스장과 목욕탕 운영도 중단한다. 서울경찰청은 관내 경찰서들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방역 조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4단계 적용은 12일부터지만 이보다 먼저 일선에 지침을 배포해 사실상 강화된 방역 조치를 바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기동대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에서 유흥시설 불법영업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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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구민·반기웅·강은·김혜리·이두리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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