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4)는 지난 6월말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어 영업제한이 풀릴 거란 소식이 들려오자 영업 준비에 바빴다. 영업장 입구 전후로 방역 기구를 설치하고 손님맞이용 과일, 안주 등도 미리 다 준비했다. 영업 광고는 물론이고 웨이터, 유급 직원 약 40명까지 전부 채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7월 초 확진자 수가 늘어 거리두기 완화가 유보되고 확진자 수 1000명대를 돌파하자 오는 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 이 소식을 들은 박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정말 괴로웠다"며 "절망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영업 광고, 재료 준비, 직원 고용까지 우리는 모두 '영업 스탠바이' 상태였다"며 "7월 초 영업유보를 시키더니 이제 아예 영업을 못한다고 하니 지금까지 들어간 인건비, 임대료를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그는 "이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고 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완화가 될 것이란 소식에 지난 6월부터 나이트클럽 영업을 준비한 박모씨(54). 오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에 "절망적이고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사진은 박씨가 그간 지난 6월 영업을 준비했던 현장 사진. (좌) 영업 위해 들여온 과일, 신선식품 등 (우) 영업장 내부 소독 사진/사진=박모씨(54)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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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거리두기 강화…"자영업자에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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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4단계로 격상되면 오후 6시 이후 사적 모임은 2인까지 제한되고 그 이전에는 4인까지만 모임이 허용된다. 또 1인 시위 외 집회, 행사는 전면 금지되고 결혼식, 장례식은 친족만 참석할 수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음식점, 유흥주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더는 버틸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 통보로 지금껏 영업 재개를 준비하던 자영업자들이 희생양이 됐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모씨(44)는 "2인 사적 모임 제한 자체가 결국 '영업금지'를 뜻하는 것 아닌가"라며 "추가로 뽑은 알바생 2명의 채용도 보류한 상태고 현재 있는 직원도 1명으로 줄여야할 판"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6) 역시 "이미 유통기한이 있는 냉장 식재료, 신선식품 등을 잔뜩 준비했지만 전부 버려야한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확진자 수가 증가해 정부의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으나 1년간 문도 못 열고 있는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에겐 치명적인 결정이다"라며 "집합금지만 시키고 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 보상책 등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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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수 연일 기록 갱신…"7월 한 달 방역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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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수는 지난 5일까지 700명대를 유지하다 6일부터 1200명대로 급증했다. 이후 8일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316명이 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도 중단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점점 더 증가할 것을 볼 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은 불가피했다고 봤다. 또 7월 한 달간 방역을 더 강화하지 않으면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과 상관없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4단계 격상은 방역 상 이점이 있을 것"이라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국내 감염자도 점점 늘어 올 7월 한 달 동안은 방역에 집중해야한다"고 했다. 또 "지금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확진자 수가 2000~3000명으로 뛰는 건 시간 문제"라고 했다.
이어 "백신을 맞았다고 해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거나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사적 모임을 갖는 행위를 자제해야한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대책 마련도 함께 병행돼야할 것"이라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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