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상향’ 엇갈린 반응
시민들 “잠깐 불편해도 적극 협조”
소상공인 “몇이나 버티겠나” 한숨
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앞에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날 오전 9시께 검사소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이 120여명에 달하면서 줄이 서울역 역사 앞까지 길어지기도 했다. 강승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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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 위기에 직면한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시민의 반응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일반 시민, 특히 직장인들은 “진작 했어야 한다”며 되레 조치가 늦었다는 반응이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거리두기 완화 기대감에 들떴던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벼랑 끝에 몰렸다고 호소하고 있다.
9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안은 사실상 ‘셧다운(봉쇄)’과 같은 가장 강력한 조치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다중이용시설 오후 10시 이후 운영 제한·유흥시설 영업 중단, 학교 원격수업 전환, 결혼식·장례식 친족 외 참석 제한 등의 조치가 오는 12일부터 2주간 시행된다.
최근 클럽·백화점발(發) 집단감염을 지켜봤던 시민은 대체로 예상 가능한 조치라는 반응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강영욱 씨는 “더는 확산하지 않게 잠깐 불편해도 시민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는 70대 여성 최모 씨도 “뭐라도 해서 코로나19가 없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심각하다”며 “4단계를 해야 하고, 각종 인원 제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를 거론하며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듯한 신호를 보낸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성남에서 취업 준비 중인 20대 김모 씨는 “지난주만 해도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갑자기 4단계로 격상한다고 해 당황스러웠다”며 “상황이 심각한 건 맞지만 차라리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말이 없었으면 반감이 덜하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오는 18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이모(34) 씨는 “뉴스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발표를 보니 청천벽력 같다. 왜 미리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는지 원망스럽다”며 “어쩔 수 없이 하객 없이 치러야 할 것 같아 오늘 주변에 연락을 돌리려고 한다”고 씁쓸해했다.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매출 회복 기대를 품었던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충격이 더 크다. 셧다운 수준의 조치로 생계가 위협받게 됐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당장 지난 주말과 비교해봐도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전기료도 내기 힘든, 극한 상황”이라며 “자영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니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도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인원 수 제한이 치명적이다.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차라리 2주간 모든 업종과 관공서 셧다운을 해서 확산세를 꺾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종민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도 “확진자가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어 방역 조치를 거역할 수 없겠지만 다들 출퇴근하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셧다운당한다는 걱정이 많다”며 “오늘 비상긴급회의에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4단계 격상안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고, 유흥업소처럼 운영 금지되는 곳도 있어 감지덕지하다는 반응”이라면서도 “혹시 올해 초처럼 헬스장에도 집합 금지를 발표한다면 따를 의향이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느슨해진 방역 의식을 다시 죄기 위해 진작 4단계 격상이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자는 사적 모임 제한에서 예외로 친다고 해 최근 식당에 가보면 모임을 굉장히 많이 했고, 10~20명씩도 모임을 갖는다고 한다”며 “지금으로선 격상 외에는 젊 은층의 개인적 접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차단이 가장 중요한 만큼 2주 정도 지나면 4단계 격상의 일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효과가 안 나면 연장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승연·채상우·주소현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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