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vs 80%…與·정부, 재난지원금 다시 줄다리기

윤호중 "당에 주도권 있어"

정부·靑은 "입장 변화 없다"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재난지원금을 국민 누구에게 지급할 것인가를 놓고 벌여온 당정 협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애초 소득 하위 80%라는 선별 지급을 당정이 합의했지만, 여당 내부에서 ‘전 국민 지급’ 주장이 끊이지 않자, 이를 재검토하는 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 국민 지급에 부정적인 정부와의 지난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윤호중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정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하면, 의원은 토론하고 숙의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이 문제 있어 당에 주도권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다수 국민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2차 추경을 한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 불일치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 국민 지급을 여전히 반대해도, 당내 목소리를 모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3시간이 훌쩍 넘는 (7일) 마라톤 토론 끝에 나온 의견을 하나하나 잘 수렴해 제대로 잘 논의하고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참석, 회의 시작에 앞서 김용민 최고위원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방식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의총에서는 전 국민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정리하고 각 상임위 추경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전 국민 지급이 중론인 만큼 ‘소득 하위 80%’ 정부안에는 손을 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8일 국회에서 2차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민주당의 급작스러운 선회 방침에 정부와 청와대는 난색을 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추경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될 사람들은 결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처럼 지난 1년간 업을 접어야 하다시피 한 분들"이라며 "그분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지 그걸 빼고 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다"며 당의 선회 방침에 우려를 표했다. 이철희 정무수석도 라디오에서 "(80% 지급은) 당정 간 합의됐던 사안"이라며 "심의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이런저런 생각을 밝힐 수 있는 것이라 그것대로 듣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합의한 안에 충실하려고 한다"며 입장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절충안으로 선별지급은 유지하되 지급 범위를 넓히는 안도 거론된다. 건강보험료의 직장·지역가입자 문제, 맞벌이 부부 문제 등 형평성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지급 범위가 90% 안팎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지급 시기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비 촉진 목적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적절하냐는 별개의 논란도 제기된다. 이번 2차 추경안에는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신용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발행 등 소비 활성화와 관련된 예산이 포함돼 있다. 전날 의총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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