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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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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모든 부품 다 만든다…구광모의 LG, 미래車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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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서울 여의도 본사 전경.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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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3년 전 취임 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꼽고 드라이브를 건 ‘자동차 전장·부품 전환’이 거의 완성 막바지에 접어 들었다. LG는 시장성이 높은 자동차 전동화에 있어 핵심 부품을 모두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은 현재 강력한 공급망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최근 출범한 LG마그나e파워트레인(전기차 동력계)부터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G이노텍(자율주행용 카메라), LG전자(열 관리 시스템·전장)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범LG로 분류되는 LX하우시스(자동차 내외장재), LX세미콘(반도체)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 구광모표 車 전장·부품 전략…직접 만들지 않되, 미래차 부품 집중하라

자동차 전동화 부품 및 전장 전환 전략은 그간 TV와 가전 등에 편중돼 온 LG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어서 주목받아왔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전동화 흐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과거보다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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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된 재규어 SUV F-PACE의 실내.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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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VS사업본부를 통해 2013년부터 자동차 관련 사업을 해왔고, 진입하기 어렵다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여러 차례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그룹의 미래먹거리 중 하나로 ‘자동차 전장’을 지목하면서 자동차 관련 사업은 더욱 드라이브가 걸렸다. 구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강력한 추진력을 앞세워 자동차 관련 사업을 그룹 내 주류 사업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제조업은 대표적인 시설 산업으로 막대한 선행 투자비가 필요하고,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그룹 내에서 자동차 제조와 관련한 여러 분야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수는 있지만, 완성차 제조를 선택하는 순간 해당 공급망은 그룹 내로 한정돼 버린다. 삼성 역시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들었다가 이런 한계에 봉착, 쓴 맛을 보고 사업에서 발을 뺐다.

구 회장과 LG의 전략은 계열사 시너지가 그룹 내에서 머무르지 않고, 부품 공급망에 편입돼 여러 완성차 제조사를 공략하는 방식이다. 기술력과 완성도만 갖추면 얼마든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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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만들고 있는 전기차용 구동모터.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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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기차 등 미래차 전환 흐름이 강하게 걸리면서 전자제품이 중심인 LG에게도 기회가 열렸고, 수십년간 쌓아온 그룹의 노하우가 자동차 전장과 부품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등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라며 “수십년간 가전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전기차 모터, 인버터 등에 사용되는 미래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투자…전장 삼각편대 완성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 아래 지난 1분기까지 32건의 인수합병(M&A, 매각 포함)과 18건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4건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들인 돈만 4조원 이상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전장 분야로, 취임 직후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를 1조44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LG 사상 처음인 조 단위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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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재규어랜드로버에 공급 중인 DC-DC 컨버터. /LG이노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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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는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 합작법인 ‘알루토’를 설립했다. 또 지난 1일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와 함께 전기차 동력계 합작법인 ‘LG마그나e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LG와 마그나는 합작법인에 각각 1조원쯤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LG전자 VS사업본부에서 전기차용 모터 사업을 지휘해 온 정원석 상무가 선임됐다.

LG마그나 출범으로 LG그룹은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 통신장비·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이노텍),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LG전자·LG디스플레이),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LG전자), 각종 조명(ZKW·LG이노텍) 등 다각도의 전기차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동력계·인포테인먼트·조명은 ‘전장 삼각편대’로 분류된다. 자동차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LG디스플레이는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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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0년 CES에서 소개한 자율주행차용 투명 OLED. /LG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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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LG는 지난 2일 카카오모빌리티에도 1000억원을 투자해 4대 주주에 올랐다. 지금까지 LG의 자동차 관련 투자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국한돼 있었다면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는 ‘플랫폼’까지 넘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이번 투자는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를 활용한 이동 생태계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반영…남은 수주액만 70조원

LG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17조1101억원, 영업이익 1조1128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4%, 65.5% 증가한 것으로, 매출은 역대 2분기 최고 기록이고 영업이익은 사상 첫 2분기 연속 1조원 돌파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은 전장 분야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로 TV와 가전이 판매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다만 전장 분야가 하반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LG전자의 이익구조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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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LG전자가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만든 아이오닉 캐빈 컨셉트.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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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마그나의 경우 올해 매출은 5000억원, 향후 연평균 50%씩 성장해 내후년인 2023년에는 매출 1조원, 2025년에는 매출 2조원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계열사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수주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조원에 달해 곧 독일 로버트보쉬, 콘티넨탈, 일본 덴소, 아이신, 한국 현대모비스 등 선두권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LG그룹 계열사들의 자동차 전장, 배터리 매출은 LG화학이 8조원, LG전자가 5조8000억원, LG디스플레이 1조2000억원, LG이노텍 1조1800억원으로 총 16조18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10위를 차지한 프랑스 발레오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20조원 수준으로, LG는 지난해 글로벌 15위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이 10조원, LG전자가 8조원, LG디스플레이 2조원, LG이노텍 1조3000억원, LG마그나 5000억원으로, 20조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이런 실적이 현실화하면 당장 올해부터 글로벌 선두권으로 LG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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