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보고 있는 거 같아요' 몰카에 떨고 있는 여성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청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9급 공무원이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후 대덕구청 여자 화장실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몰카 감지기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2020.7.21/뉴스1

"이제는 친구집에도 가면 안되고 운전 연수도 받으면 안되고 펜션에 놀러도 가면 안 될 것 같아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 범죄 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한 여성이 최근의 사태를 꼬집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댓글이다.

실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여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 뿐 아니라 방식도 대상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피해자들이 직접 겪은 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당장 본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의미다.

지난달 30일에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불법 촬영을 당했다는 20대 대학생의 사연이 커뮤니티에 공개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달 친구 집에서 샤워를 하다 수상한 자동차 키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키와 달리 로고도 없고 버튼도 세 개 뿐이라서 이상하다 여겼는데 알아보니 '몰카(몰래 카메라)'였다.

차키 안에 있는 SD카드에는 친구 아버지가 촬영구도를 욕조쪽으로 맞춰졌는지 확인하는 영상까지 담겼다. 자신을 수양딸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에 A씨가 받은 충격은 더 컸다.

A씨는 글을 올리면서 "요즘엔 진짜 정교하게 나온 몰카가 많은데 여러분도 조심하시고 의심이 가면 바로 신고하길 바란다"며 "내 몸은 내가 지키는게 맞는 것 같다. 아무도 못 믿는다"고 당부했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본인이 일하는 태닝숍과 펜션에서 2년 동안 여성 고객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30대 남자가 붙잡혔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7일 남성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는 여성 고객만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8명이고 불법 촬영물은 30여개에 이른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적 호기심 탓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운전연수를 받으러 온 여성 수강생들을 불법 촬영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자는 차 운전석 아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연수를 받는 여성들의 다리와 신체 등을 몰래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이 촬영한 영상 중 일부는 지인과 공유하기도 했다.

불법촬영은 당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받지만 이 불법촬영물이 유포돼 2차 가해가 진행되면 피해자는 걷잡을 수 없는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다.

불법촬영 범죄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처벌되는 중대한 범죄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무단으로 촬영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불법촬영물을 타인에게 공유까지 했다면 같은 법 제2항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형법상 둘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가장 중한 형(7년)의 2분의 1을 가중한 형량으로 처벌하므로 이렇게 되면 10년 6개월 이하의 처벌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몰카 등 불법촬영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 건수는 2010년 1138건에서 2019년 5762건으로 약 5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적발된 건수로 실제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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