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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군·경 폭력에 생후 14개월 딸 잃고…음주운전자가 된 미얀마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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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남성, 딸 업은 채 오토바이 타고 귀가 중 군·경차량에 들이받혀…경찰은 남성을 음주운전자로 몰아

세계일보

생후 14개월 된 딸의 장례를 치른 딴 소 아웅과 그의 부인 난다르. 미얀마 나우 트위터(@Myanmar_Now_Eng)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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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4개월 된 모 탄다르는 딴 소 아웅과 그의 부인 난다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딸이자, 부부의 가장 큰 기쁨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진 모든 것과도 같았다.

배가 고프면 입을 삐쭉거렸고, 거리에서 동물을 보면 ‘이리 와!’라고 말하듯 손짓했으며, “이제 잘 시간이야”라고 엄마인 난다르가 말하면 마치 그 의미를 잘 알듯 곁으로 다가와 누웠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행복은 군·경차량에 짓밟혀 무참히 깨졌다. 게다가 아빠인 아웅은 경찰에 의해 음주운전자가 되어버려 최고 징역 7년에 처해질 위기에 놓여 있다.

6일(현지시간) 미얀마 나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아웅은 온종일 설사에 시달린 딸을 업은 채 오토바이로 평소 잘 아는 지인에게 다녀오고 있었다. 늦게까지 연 병원이 없어 지인의 도움으로 딸의 고통을 조금 달랜 뒤, 집으로 오던 길이었다.

아웅은 그때 동네를 순찰 중이던 군·경 차량 3대와 마주쳤다. 그는 차량이 지나갈 수 있게 비키는 과정에서 뒤에서 온 차량 3대 중 1대가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바람에 도로에 나뒹굴고 말았다.

아웅은 바닥에 웅크린 채 군·경에게 두들겨 맞았고, “여기 딸이 있어요!”라고 수없이 외쳤지만 그의 말을 들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딸은 사망했고, 군·경의 폭력에 아웅이 딸을 되찾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경의 주장은 정반대다.

경찰은 아웅이 정지 신호를 어기고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다른 군·경의 차량과 충돌했다고 반박한다. 순찰 중이던 경찰이 검문을 해야 한다는 의미의 깜빡임 신호를 줬지만, 아웅이 오토바이를 세우지 않고 그대로 주행하다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병원 시신 안치실에서 찾은 딸을 화장한 부부는 집에 돌아온 뒤, 경찰을 마주쳤다. 부부가 딸의 넋을 기릴 수 있게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역시나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웅은 현재 음주운전에 따른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선고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웅의 사연이 알려지자,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격분하고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머니 그리고 딸을 잃고도 슬퍼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처지와 함께 이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게 분명해 보이는 경찰의 반성 없는 태도 등이 맞물린 것이다.

난다르는 군·경을 상대로 한 소송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매달 300달러(34만원)의 세를 내고 사는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는 법적 움직임은 생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난다르는 “우리는 노동자고 돈도 없다”며 “딸도 잃고 남편이 감옥에 가는 것을 보게 될 것 같아 너무 불공평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리 남편이 빨리 풀려나기를 바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얀마 나우는 재판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건 간에 이번 사건은 군·경 폭력으로 나이가 한참 어린 미성년자들까지 희생되는 현실을 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유엔(UN)에 따르면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1일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18세 이하 미성년자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대부분이 이번 경우처럼 반(反)군부 시위에도 참여하지 않은 이들이었다고 한다. 군·경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공공장소에 있다가 또는 집 안에 머물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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