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유체이탈화법' 꼬집은 박주민의 '유체이탈화법'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소통관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파행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5.27/뉴스1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증인들이 오늘 출석했는데, 그간의 의혹제기가 근거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2019년 7월8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윤우진 전 세무서장 관련된 건 같은 경우도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2021년 7월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의혹에 근거가 없다"는 주장, "검증이 안 된 부분이 있다"는 주장, 모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2019년에는 의혹의 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였고, 2021년에는 '야권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는 차이가 있다.

'윤우진 의혹'에는 윤 전 총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검찰 후배였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전 총장이 해당 사건 무마를 위해 직접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이 아니라 윤우진 전 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장이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게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방어논리였다. 이 논리를 가장 앞장서서 설파한 게 박주민 의원이었다. 그는 당시 의혹의 핵심 증거 중 하나였던 이 변호사의 문자에서 언급된 '윤 과장'이 윤 전 총장으로 특정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문자에 언급된 '윤 과장'은 윤석열 후보자가 아니라 윤대진 검찰국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윤대진 국장은 문자가 보내졌을 무렵 과장이었다. 문자가 보내졌을 무렵 윤 후보자는 부장이면서 중수부 과장을 겸임했거나 중앙지검 부장이었을 때다. 통상 부장이면서 과장을 겸임할 때는 '부장'이라고 보내는 것이 검찰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YTN라디오에서 진행자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6번이나 기각된 것은 이례적 아닌가"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고 얘기했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박 의원은 자신이 보증했던 '윤우진 의혹'에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본인(윤석열)이 '내가 직접 변호사 소개시켜주거나 그런 건 아닌데 부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가 그랬다'는 말을 했다.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유야무야 됐었는데 사실 제대로 된 검증은 안 됐다"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이 2012년 "내가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시켜줬다"고 했던 녹취록이 나와 위증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박 의원의 언급처럼 "부하인 윤대진 검사장 보호를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2019년 해명한 바 있다. 윤 검사장도 형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한 건 자신이라고 증언했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이를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추켜세웠다. 정청래 의원이 "의리의 총대를 멘 윤석열이다. 이 남자 상남자"라고 강조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이외에도 최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윤 전 총장의 장모가 2015년 제대로 수사를 받지 않았던 점도 지적하며 "당시는 경찰이 수사한다고 해서 경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검찰에 몸담고 있었던 윤 전 총장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2019년 인사청문회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인해서 한직으로 돌고 있을 때인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윤석열 수호'를 했던 점에 대해서는 "영향력이 있다 없다를 단언해서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분이 실질적으로 검찰 내에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고 어떤 네트워킹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것들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 자신이 윤 전 총장의 결백을 보증했던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뒤집은 점, 그리고 당이 윤 전 총장을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를 뒤집은 점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이 위치한 정치적 위치에 따라 유체이탈화법을 구사하며 공세에 나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이 부분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장모 건과 관련해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유체이탈화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보통 정치인이라면 본인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친척이라든지 어느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아주 원론적 의미에서라도 유감표명이라도 한다"라며 "정치인으로서 유감이다, 이렇게 얘기해야 되는데 마치 유체이탈화법처럼 자기하고 완전히 선을 긋는 그런 발언만 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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