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종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오종택 기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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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윤 전 총장은 페이스북에 “셀프 역사 왜곡,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전 총장은 “요즘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들께서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 차기 유력후보 이재명 지사도 이어받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떤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게 더 큰 충격”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본인이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 부정”(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찾고 있는데, 이 지사를 문재인 정부와 동일시하면서 조준한 것이다.
지난 1일 경북 안동 이육사 문학관을 찾은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정부수립 당시)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며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고 있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80년대 좌익 역사인식에 여전히 갇혀있는 강경 민주당 코어 그룹에 대해 비판하기 위한 취지”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지사를 향해 날 선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 지사를 “상식을 파괴하는 세력”이자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 단편만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했고, “국민들 성취에 기생”하고 “대한민국을 잘못된 이념을 추종하는 국가로 탈바꿈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지사 등의 언행은 우리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라며 “이념에 취해 국민의식을 갈라치고 고통을 주는 것에 반대한다. 저는 역사와 외교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역사적 정통성’을 흔드는 발언에 대해 윤 전 총장이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한다. 그간 우당 이회영 개관식에서 공개 행보를 했고,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정치 선언을 하는 등 유독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에 대한 인식이 강했던 윤 전 총장이 ‘미군=점령군’이라는 주장을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거란 해석이다.
대선 레이스의 측면에서 장모가 법정 구속되는 등 주변 분위기가 거칠어지고 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여권 1위 주자를 상대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3일 윤 전 총장과 단독으로 만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분명한 건 윤 전 총장이 안보에 관해선 확실한 우파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선의 승패를 판가름한 중도층을 놓고 진검승부를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가 여권 1위 주자이긴 하지만 친문 그룹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는 중도층에 대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윤 전 총장(25%)과 이 지사(24%)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도층에서도 윤 전 총장(23%)과 이 지사(24%)의 지지율이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발표된 SBS-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이 가상 양자 대결을 했을 때 중도층에서 이 지사(41.3%)와 윤 전 총장(39.9%) 간 접전이 벌어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과 접촉을 이어 온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페이스북 글은) 이 지사의 공격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자, 대선 승리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중도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 하부 이회영기념관에서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장과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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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직접 이 지사를 향해 역사 관련 메시지를 낸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장성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장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 지사가 던진 화두에 윤 전 총장이 말려들었다. 사실 실용주의자나 젊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역사는 말 한마디로 몇십만 표가 날아갈 수 있어 조심스러운데 ‘낚싯밥’에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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